영장류 기원을 놓고 중국과 미국이 정면 충돌했다. 미국 연구진이 영장류 조상으로 꼽히는 종이 중국 대륙에서 등장했다는 지배적인 가설에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을 받은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와이오밍주 로키산맥에서 발견된 영장류 '타이하르디너 브란티(Teilhardina brandti)'의 치아 163개를 분석하고 턱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종이 아시아보다는 미국에서 더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학술지 '인간진화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는 타이하르디너가 중국에서 처음 출현했다는 기존 학설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번 화석 발굴이 있기 전까지 중국 대륙에 살았던 '타이하르디너 아시아티카'는 영장류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종으로 분류돼 왔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은 와이오밍주에서 발견된 '타이하르디너 브란티'의 턱과 치아 화석을 면밀히 분석해보니 미주 대륙에서 기원한 이 종이 아시아 기원의 종보다 오래된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가설을 뒤집은 것이다. 치아는 단단한 에나멜 때문에 뼈보다 더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동물 진화 과정뿐만 아니라 크기, 나이, 식습관까지도 알려주고 지질연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때문에 연구팀은 와이오밍주 로키산맥 북부의 '빅혼 분지'에서 몇년간 땅을 손으로 짚고 무릎으로 기어가며 치아 화석 탐색전을 펼쳤다. 그 결과 벼룩보다 작은 크기의 치아 파편들을 모아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약 5600만년전 신생대 초기에 등장한 영장류 '타이하르디너'는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을 비롯해 영장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친척들이 원숭이와 유인원, 인간으로 진화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들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20도 가까이 높았던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 시기에 번성했다. 주로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열대 우림에 살았는데 크기는 쥐 정도로 현생 영장류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작은 종 '타르시아'과 흡사했지만 아시아·유럽·북미에 고루 분포했을 정도로 활동 반경이 넓었다. 열대 기후를 선호했기 때문에 지구 기온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멸종됐다.
논문 주저자인 폴 모스 전 플로리다대 연구원은 "물론 우리가 발견한 화석만으로는 타이하르디너 브란티가 처음 어디서 발생했고, 어디로부터 이주해 왔는지 명확한 시나리오까지는 알 수 없다"며 "확실한 것은 최소한 아시아에서 발견된 종만큼은 오래된 타이하르디너가 미국에 살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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