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중구 카페를 찾은 이도은(28) 씨는 허탈함을 느꼈다. 일회용컵 규제에 동참하기 위해 매번 텀블러를 가지고 다녔지만 종이컵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 종이컵에 담겨 나온 음료를 거리낌없이 매장에서 마시고 있었다.
환경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법)'에 따라 지난 8월 1일부터 커피전문점과 같은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규제한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사용 적발 시에는 사업자에게 5~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차가운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에만 적용된다. 뜨거운 음료가 담겨 나오는 '종이 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해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초 단속 시작 취지가 일회용 컵보다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 A커피숍 직원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뜨거운 음료를 찾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본사 지침에서도 플라스틱 컵에 한해서만 머그잔 사용 여부를 묻고, 종이컵은 제공해도 된다고 안내된다"고 말했다.
실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지역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107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 점검 3차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1차(7.26~7.31, 79곳) 63.3%, 2차(8.1~8.5, 72곳) 19.2%에서 10.3%로 사용률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종이컵 사용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단체 측은 지적했다.
종이 컵은 플라스틱보다 재활용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플라스틱 뚜껑이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환경 보호 취지와 반대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의 경우 차가운 음료와 따듯한 음료의 구분 없이 주문 시 머그컵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관계자는 "종이 컵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할 시 최근 대표적인 에코 운동으로 꼽히는 '종이 빨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텀블러 등 다회용 컵 사용 의식을 높여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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