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원 부광약품 대표는 효율적인 연구·개발(R&D), 전문성을 살린 벤처 투자, 대기업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의 포트폴리오가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제약·증권업계에 따르면 유 대표는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건 이 같은 경영 전략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1505억원, 영업이익 33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3%와 206.4% 늘었다.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권리 양도, 지분을 투자했던 오르카파마의 투자이익 환수, 안트로젠 주식 처분 이익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일회성 수익으로 인한 반짝 실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유희원 대표는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정해 투자한 회사가 많아서다. 현재 부광약품은 자회사로 CNS 치료제를 개발 중인 콘테라파마,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이나세라퓨틱스, 일반의약품(OTC) 품목을 취급하는 부광메디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OCI와는 조인트벤처(JV)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해뒀다. 또 지분에 투자한 회사도 안트로젠, 에이서테라퓨틱스, 사이토사이트 등 5개다.
이중 콘테라파마와 다이나세라퓨틱스, 비앤오바이오에 대해서는 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투자 회사 중에서는 에이서테라퓨틱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사와 합병하면서 지분가치가 크게 늘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다른 회사에 132억원을 투자해 이미 605억원을 환수했고, 추가적으로 1500억원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이다. 부광약품은 신약 파이프라인마다 자회사를 설립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안에서 다수의 R&D를 진행할 수 있지만, 파이프라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집중도가 떨어지는 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이어 "부광약품이 투자한 회사 중 단순 투자는 콜로시드와 오르카파마 뿐"이라며 "대부분 전략적 투자자로써 R&D 회의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지분 투자 형태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기는 장점도 있다. 부광약품처럼 R&D 조직이 크지 않은 회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적지 않다. 파트너의 조언이 임상시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를 임상 책임자로 세울 수 있어서다.
실제 당뇨신약 후보물질 MLR-1023의 글로벌 임상 책임자는 전직 세계당뇨학회 회장이다. 직전단계의 임상 책임자는 세계당뇨학회의 현직 회장이다. 유 대표는 유명한 의사가 임상시험을 총괄하게 되면 제품이 출시된 뒤 마케팅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R&D 조직의 규모를 늘리지 않는 것도 효율성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는 것도 부담인 데다 의료계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전문가를 다시 채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 대표는 모든 것을 부광약품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지만, 고, 의료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해진다.
실제 부광약품의 연간 R&D 투자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1500억원의 매출과 비교하면 20% 수준이다. 유 대표는 "너무 적은 R&D 투자액을 집행하고 있어 정말 연구를 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면서도 임상시험대행업체(CRO)가 제시한 계획에서 불필요한 견적을 빼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광약품과 OCI가 합작한 비앤알바이오에 대한 유 대표의 기대도 크다. 이전까지 부광약품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큰 규모의 R&D에도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OCI가 바이오 분야는 처음이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며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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