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고 앞으로도 어렵다."
잇따라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지수마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체감경기지수 모두 작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전달(99.5)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두 달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7년 장기 평균을 기준(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고, 반대인 경우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같은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2월 전망치 역시 전달보다 1.7 포인트 하락해 88.7을 기록했다. 특히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전망이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12월 제조업과 중화학 공업 전망치는 각각 82.1과 79.2로 35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상황실장은 "경제는 계속 침체국면이기 때문에 경제주체의 심리가 나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경제지표가 떨어지는 폭이 굉장히 빠르다. 경기저점이 가까워진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BSI 12월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고용(100.5)을 제외한 내수(96.8), 수출(95.0), 투자(97.7), 자금(95.9), 재고(103.4), 채산성(93.9) 등 대부분이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11월 실적도 88.7을 기록하며 43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설문에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대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올해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 심화로 인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며, "2019년에도 제조업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모두 동반 하락했다. 6개월 전보다 현재 경기가 좋은지를 묻는 현재경기판단(62)과 6개월 후 경기가 지금보다 낫겠느냐고 묻는 향후경기전망(72)이 모두 전월대비 5포인트 씩 떨어졌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수입전망(97)과 소비지출전망(108)도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떨어졌다. 취업과 고용에 대한 기대감도 줄줄이 떨어졌다. 취업기회전망 역시 4포인트 하락한 75였고, 임금수준전망(118) 3포인트 내려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수준전망CSI(130)도 5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여전히 100을 상회하고 있어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담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4%로 역시 0.1%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가 가계로 옮겨갔고 여기에 고용지표 부진과 주가 하락 등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생활물가 상승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는 9월 개편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한은은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한번씩 표본가구를 새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노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 변화된 인구구성이 반영됐다"며 "작년 수치와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답변의 경향성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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