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폐암 신약 후보물질을 최대 1조4000억원을 받기로 하고 기술수출하는 잭팟을 터뜨리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질환을 치료하는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중이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기존 치료 약물에 대한 내성을 회피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와 공동개발 권리를 최대 12억5500만달러를 받고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넘기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한국에서의 권리는 유한양행이 유지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레이저티닙의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내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한다.
레이저티닙은 선택적이며 비가역적이고 뇌조직을 투과하는 경구용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EGFR TK) 억제제다. 기존 항암제 사용으로 EGFR TK가 변이된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효능이 강력하고 1차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도 갖고 있다고 유한양행 측은 설명했다.
앞서 한미약품이 비슷한 기전(약물이 몸 속에서 작용하는 과정)을 갖는 올무티닙을 혁신신약으로써 시장에 내놓은 바 있지만 현재는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개발 과정에서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피하는 첫 번째 신약(혁신신약)의 지위를 놓고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오시머티닙과 경쟁했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해지돼 한미약품은 독자적으로 국내에서 올무티닙을 출시하는 한편 중국 제약사 자이랩과 손잡고 중국 진출도 시도했지만, 결국 오시머티닙과의 경쟁에서 밀려 개발을 중단했다.
올무티닙을 혁신신약으로 만들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한미약품은 제1호 한국산 혁신신약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회사다. 지속형 GLP-1·GCG 유도체 HM12525A,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HM15211, 항암제 포지오티닙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HM12525A의 글로벌 권리는 지난 2016년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최대 9억1500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확보한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토피 피부염 치료 후보물질 'JW1601'에 대한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전날 밝혔다. JW1601은 히스타민(histamine)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H4 수용체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갖고 있어 부작용 발현율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레오파마는 지난 8월 JW1601의 개발과 글로벌 판매에 대한 권리를 최대 4억200만달러(약 45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JW중외제약이 내년까지 임상 1상을 마치면 레오파마는 이듬해인 2020년부터 글로벌 임상 2상에 나설 계획이다. 레오파마는 상처치료제 후시딘으로 유명한 피부전문 제약사다.
이외 제넥신은 면역항암신약 후보물질 하이루킨을,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물질 HL161을 각각 개발 중이다. 하이루킨은 중국 아이맵이, HL161은 미국 로이반트사이언스가 각각 최대 5억6000만달러, 5억250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확보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