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단점을 보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일종의 '방수막'을 만드는 합성법을 개발, 6개월 이상 물속에 담가도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육방면체의 특별한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이다. 빛을 전기로 바꾸거나(광전)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발광) 특성을 지니는데, 광전효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자체는 수분에 취약해 습기만 있어도 광전효율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런 안정성 문제 때문에 태양전지뿐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 촉매 등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실제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염기성 증기 확산법'을 이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수산화납(Pb(OH)₂) 보호막'을 형성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우선 페로브스카이트로 합성할 재료(할로겐화 납)를 산성 용액(할로겐화 수소를 녹인 물)에 담는다. 이 재료는 염기성 용액(메틸아민)이 담긴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그러면 메틸아민이 증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성 용액 속 재료와 반응한다. 이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생성되며, 표면에 수산화납으로 이뤄진 얇은 막이 형성된다. 연구를 이끈 아타누 자나 UNIST 연구원은 "두 개의 유리병에 각각의 재료를 담아두고 10일 정도 두면 자연스럽게 수산화납 보호막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가 합성된다"며 "수산화납은 안정적인 구조라 수분을 만나도 반응하지 않고, 물질 내부로 물이 침투하지 않게 막는다"고 설명했다. 수산화납 보호막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는 습기에 강할 뿐 아니라 수명도 길었다. 실제로 이 페로브스카이트를 물속에 담가두고 특성을 관찰한 결과, 자외선을 받아 발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본연의 특성은 6개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자나 연구원은 "새로 개발한 내수성 페로브스카이트는 거의 완벽히 물을 막기 때문에 물의 산도(pH)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특성을 보인다"며 "합성법 또한 간단하기 때문에 대규모 합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교수는 "그동안 철저히 배제됐던 '습한 환경'이라는 조건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할 가능성을 연 연구"라며 "페로브스카이트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분야에 사용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에너지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ACS Energy Letter)' 8월 13일자에 게재된 후 2주 만에 '8월 중 가장 많이 읽은 논문'에 선정됐다. 페로브스카이트의 수분 취약성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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