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3만5000여명을 보유한 A씨는 최근 화장품 마케팅업체들의 빗발치는 연락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주면 그 대가로 돈이나 제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A씨는 평소 화장품 등 미용과 관련된 게시물을 빈번하게 올리는데 업체들이 이를 이용해 사용후기를 가장한 광고를 올려 A씨의 팔로워들에게 홍보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경제적 지원을 받아 광고글을 올리면서 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강한 '인플루언서'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고 후기를 가장해 광고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를 믿을만한 정보라고 오인할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5일 소셜 인플루언서(Social Influencer)에 제품 사용 후기 게시를 의뢰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아 노출 빈도를 의도적으로 늘린 '광고스타그램'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사전조사한 결과 광고주가 제공한 컨텐츠로 의심되는 사례는 많은 반면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표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광고성 글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 위반이어서 조사를 통해 이를 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 쓴 후기에 이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을 경우 표시광고법상 중요한 사실을 은폐·누락한 혐의를 받아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검찰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미 블로그 등에 대가를 받고 추천글을 올리며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광고주를 처벌할 수 있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200만원을 들여 20여개 블로그에 광고성 게시물을 올리면서 광고글임을 밝히지 않았다가 9400만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오비맥주와 카페베네도 같은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가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로 감시 범위를 넓힌 것은 미디어환경이 모바일로 급속히 전환되며 SNS 게시물로도 광고를 하는 일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다.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의 인플루언서들은 소비 측면에서 신뢰성과 영향력이 높아 '써보니 좋더라'식의 짤막한 문장에도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게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스타그램 등에 광고글을 쓸 경우 광고·협찬사실을 밝히는 해시태그를 첫줄에 표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는 물론 가족관계 등 특수관계로 얽혀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ad #sponsored 와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별도의 권고를 하진 않지만 이러한 표시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모바일 소셜미디어도 규율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다만 제재 대상은 광고주에 제한돼 행위의 주체인 소셜미디어 유저들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인 과장은 "게시글이 많은 다이어트 제품, 화장품, 소형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다만 게시글을 올린 당사자가 아닌 광고를 의뢰한 기업이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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