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 시즌을 앞두고 4가 백신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의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감 4가 백신의 적응증 확대가 이뤄져 전선이 넓어질 전망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SK, 사노피-파스퇴르, GC녹십자, 일양약품 등의 독감 4가 백신 판매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개당 1만5000원 수준이던 가격이 최근 1만원 밑으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백신 판매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재고를 남길 수 없는 제품 특성에 있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에 따라 균주가 달라져 접종 시즌이 끝나기 전에 팔지 못한 재고는 버려야 한다. 예방접종 시즌이 끝나기 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라도 팔아야 손실을 줄이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도 독감 백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유통을 위한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은 2500만도즈(3·4가 백신 합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감 백신의 연간 수요량은 2000만~2200만도즈에 불과하다.
그나마 3가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버리는 물량이 적은 편이다. 올해부터는 독감백신 NIP 대상이 기존 만 5세 미만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에서 만 5세의 어린이와 초등학생까지 확대됐다.
3가 백신의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나왔지만 백신업계는 올해 3가 백신의 공급은 줄이고 4가 백신의 공급은 늘렸다. 지난 23일까지 국가출하승인이 신청된 독감백신 물량은 3가 백신이 1000만도즈로 전년 대비 200만도즈 줄었고, 4가 백신이 1200만도즈로 30만도즈 늘었다.
독감 4가 백신 판매업체 관계자는 "3가 백신은 업체별 시장점유율의 부침이 있지만 4가 백신의 시장점유율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올해 4가 백신 공급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새로운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백신업체들은 독감 4가 백신의 영유아 적응증을 확보해 시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SK의 '플루아릭스 테트라'와 사노피-파스퇴르의 '박씨그리프 테트라'는 각각 지난 5월과 6월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유아를 4가 독감백신 제품의 적응증에 추가했다.
국내 업체들도 영유아 적응증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GC녹십자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지씨플루쿼트리밸런트'의 임상 3상을 마쳤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와 일양약품의 '테라텍트'도 임상을 하는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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