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린 철강·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정상화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15~20%를 차지한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배려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후판을 공급하다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각각 가격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두 차례 인상한 가격이 현재 중국산 후판의 현지 내수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중국산보다도 싼 가격으로 후판을 공급한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지난 2016년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들어 실적이 악화 일로다.
24일 철강·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각각 연결 기준으로 1757억원과 100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적자폭이 각각 41.9%와 110.3% 확대됐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의 평균은 1052억원으로 직전분기의 3분의1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1분기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남겼다.
조선업계의 실적 악화는 지난 2016년까지 이어진 수주 부진에서 비롯됐다. 선박을 수주하면 1~2년동안 설계를 한 뒤 조선소 현장에서 실제 작업에 들어가야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돼야 할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고정비만 지출하면서 조선업계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박 발주시장이 회복된 지난해 수주한 물량이 반영되기 전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올해 양호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1조2523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4개 분기째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하반기 업황 전망도 나쁘지 않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사 간 인수·합병, 환경 규제에 의한 생산 제한, 내수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 업황을 개선시킬 중국발 호재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에 후판 가격 인상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16일 공개적으로 조선업계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후판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에 나서기 전까지 3~4년동안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두 차례의 인상된 후판 가격은 t당 7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중국의 후판 내수 가격이 t당 4333위안(약 7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까지는 중국산보다 한국산 후판의 가격이 더 쌌던 셈이다.
포스코는 2분기 실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전날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이 부진하지만 후판은 조선업계에서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가격을 시장에 맞게 조정해왔다"며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 인상)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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