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우던 A씨(44·남)는 최근 방광암 진단을 받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으로 의뢰됐다. CT상에서 확인되는 종양은 지름 10cm가 넘는 거대한 크기로 방광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암이 이미 근육층까지 침범해 방광 전체를 절제해야 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았던 그는 수술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원해 로봇 인공방광절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비뇨의학과 한준현·김종근 교수팀은 최신형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이용한 고난이도 수술에 들어갔다. 먼저 방광과 전립선, 골반임파선을 제거한 뒤 소장을 잘라 인공방광을 만들었다. 이후 인공방광과 요도를 결합해 정상적인 소변이 가능하도록 했다.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수술 끝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을 마친 A씨는 "방광을 적출하면 소변활동을 못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며 "인공방광은 원래 방광보다는 다소 감각이 떨어지지만 소변이 차면 팽창하는 것을 느끼고 정상적인 소변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방광암 환자수는 3만 2000여명에 달한다. 방광암은 유전자의 이상 및 환경과 여러 가지 암 유발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방광암을 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요인으로 흡연자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7배나 높다. 담배에 포함된 여러 발암물질은 호흡기관을 통해 흡수돼 신장에서 걸러진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때 소변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방광 점막세포에 손상을 주고 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특히 흡연 기간 및 흡연량이 방광암 발생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간접흡연으로도 방광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고무, 가죽 등 석유화학 제품이나 페인트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 방광암 원인이 될 수 있다.
근육덩어리인 방광에 암이 생길 경우 전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근육에는 많은 혈관들이 존재하는데 이 혈관들을 타고 암이 퍼지게 된다. 암이 근육에 침범하면 임파선이나 원격전이가 발견되기 때문에 반드시 방광을 통째로 절제하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이 이뤄져야 한다. 방광과 함께 남성은 전립선과 정낭을, 여성은 요도와 자궁, 난소를 적출한다.
문제는 방광을 제거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이다. 방광을 떼어내면 소변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진다. 이전에는 방광 대신 소변을 배출하는 도관을 만들어 복강안쪽에서 피부로 나오게 만들고 몸 밖에 방광을 대신하는 의료용 소변주머니를 차는 회장도관 요루형성술이 시행됐다. 하지만 하복부에 소변주머니를 항상 차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최근에는 자신의 소장을 60~70cm 절개해 방광 모양을 만든 뒤 요도에 연결시켜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는 인공방광대치술이 늘고 있다. 인공방광은 팽창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소변이 차면 팽창에 의한 요의를 느낄 수 있고, 시간제 배뇨를 이용하여 정상적으로 소변을 누는 것이 가능하다.
인공방광대치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술 후에도 소변이 새지 않도록 정교한 봉합이 중요하다. 로봇수술로 시행할 경우 로봇팔로 요도와 인공방광의 정밀한 봉합이 가능하고 효과적인 지혈과 장 기능의 조기 회복 등 여러 장점이 있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방광적출 후 소장을 잘라 인공방광을 만들고 요도와 결합하는 복잡한 수술과정 때문에 10~12시간의 긴 수술시간이 소요된다. 개복수술로 할 경우 오랜 시간 장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장이 부어오르고 장마비나 장폐색 등의 부작용이 쉽게 생길 수 있다. 반면 로봇수술은 수술과정에서 복강의 일정한 온도와 압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개복수술시 방광과 함께 골반 임파선을 굉장히 많이 절제하게 돼 다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수술은 복부에 가스를 집어넣어 가스의 압력으로 출혈을 최대한 낮춘다. 또 특수염색약으로 혈관을 잘 보이게 하여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혈관이나 신경을 보존할 수 있다.
방광을 만들 때 조금이라도 소변이 새는 부분이 있으면 소변이 장기에 축적돼 문제를 일으키는 요독증에 빠질 수 있다. 다빈치 Xi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10배 이상 확대된 시야를 가진 카메라와 집도의의 손떨림이 없는 로봇팔로 수술이 이뤄져 60~70cm의 소장을 정교하게 꿰매어 인공방광을 만들 수 있다.
인공방광대치술에서 인공방광을 만드는 작업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인공방광과 요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소장은 방광에 비해 찢어지기 쉽기 때문에 수술 중 환자 위치를 바꿔가며 조심스럽게 연결해야 한다. 처음 수술할 때 환자 머리를 아래로 20도 이상 기울이지만 방광과 임파선 절제 후에는 환자의 자세를 5도 정도로 기울여 장과 요도의 위치를 가깝게 만드는 등 여러 술기가 시행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의 혈관들이 모여 있는 장간막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요도와 인공방광 문합부위에 장력이 크게 걸리지 않고, 소변 누출이 없도록 정밀하게 봉합하는 것이 핵심술기이다.
소장은 6~7m로 길기 때문에 60~70cm를 잘라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회장의 끝부분을 자르면 악성빈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장을 자르는 위치가 중요하다. 또한 장을 절제하기 때문에 수술 후 장마비가 오지 않도록 환자의 운동과 식이관리에도 집중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인공방광대치술은 회장도관 요루형성술보다 수술 후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방광과 달리 장은 분비물이 많기 때문에 소장으로 만들어진 인공방광에서 생긴 분비물이 소변줄을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 후에 1~2주가량 하루 2~3번씩 인공방광을 생리식염수로 조심스럽게 세척해야 한다.
한준현 교수는 "로봇 인공방광대치술은 국내에서도 몇몇 의사만 시행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이라며 "방광을 적출한 뒤 인공방광을 만들고 요도와 문합하는 과정이 모두 체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인공방광대치술은 수술 후 회복기간을 버틸 수 있는 몸상태가 요구되기 때문에 너무 고령의 환자에게는 요구되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문화로 고령에도 불구하고 인공방광대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여 수술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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