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허가 후에도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지속, 제품 가치를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고혈압학회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 '카나브' 약효를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디오반'과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카나브 고용량 제제를 투여한 환자들은 디오반을 투여한 환자들에 비해 강력하고 빠른 혈압 하락 효과를 나타냈다.
디오반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혈압 약제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240억원 가량 처방되며 보령제약의 카나브 패밀리(복합제 포함) 처방액인 540억원에 크게 뒤졌다.
보령제약 측은 카나브의 선전 이유로 누적된 임상연구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 중심 마케팅을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서 1만4151명의 고혈압 환자 대상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한 것을 비롯해 약물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해왔다"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가운데 4만명 이상의 환자 임상 데이터와 68편의 임상 논문을 갖고 있는 제품은 카나브 뿐"이라고 강조했다.
보령제약은 멕시코 현지 임상을 통해 멕시코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히스패닉과 메스티소 인종에서도 우수한 혈압 강하효과와 약물 안전성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이런 임상 결과 덕에 카나브는 멕시코 고혈압제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시 5주년을 맞은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도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 등 3가지 약제를 환자에 무작위로 투여해 약효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3가지 모두 제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들의 혈당 조절을 위해 허가받은 약제들이다.
LG화학이 개발한 제미글로는 출시 후 경쟁 약물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며 매년 90% 이상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700억원을 넘어섰다. LG화학은 제미글로에 대한 추가 임상 연구를 진행해 과학적 근거들을 축적하고 신약으로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일동제약도 지난 해 B형간염 신약 '베시보' 시판 허가를 받은 후 임상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3상 기간을 연장한 96주 투여 결과치를 발표했다.
B형간염은 환자가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인 만큼 장기에 거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베시보를 96주간 투여한 환자들은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지속됐고 일정기간 약물 투여후 더이상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약제 내성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B형간염치료제 시장을 이미 다국적 제약사 BMS의 바라크루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비리어드·베믈리디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신약 임상은 내성 등 기존 약제들의 부작용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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