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가운데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하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환자가 3.9%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암 환자 25명 중 1명꼴이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김태현 교수팀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 진료 예약한 암 환자 68만190명의 예약 패턴을 분석한 결과 노쇼 비율이 3.86%에 달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정상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는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진료를 받고 싶어 안달하는 다른 암환자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조사 대상 암환자가 68만명을 넘어선 것은 암환자 1명이 1년 동안 여러 차례 예약한 건수가 모두 집계됐기 때문이다.
노쇼 암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4.39%로 여성의 3.37%보다 높았다. 남성은 대장·직장암(5.81%), 췌장암(5.80%), 간암(5.1%) 환자가 많았고, 여성은 췌장암(5.65%), 대장·직장암(5.44%), 간암(4.92%) 순으로 노쇼 암 환자 비율이 높았다. 남성은 의료급여수급권자와 보험이 없는 환자의 노쇼 비율이 각각 6.03%, 7.66%로 높았던 반면, 여성은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노쇼 비율이 6.64%에 달했다.
검사와 치료, 수술을 목적으로 방문한 암 환자가 상담(진찰) 환자보다 노쇼 비율이 2∼7배가량 더 높게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첫 방문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노쇼 비율이 남성은 2.3배, 여성은 2.4배였다. 연구팀은 이런 노쇼 현상이 가능한 많은 의사를 만나고 싶어하는 '닥터 쇼핑'(doctor shopping)과 관련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종합병원 같은 상급 의료기관에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여러 병원에 동시에 예약할 수 있는 점도 노쇼 비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유병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던 것도 닥터 쇼핑이 원인 중 하나였다"면서 "닥터 쇼핑으로 노쇼가 증가하면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예약하지 못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병원의 입장에서는 의료자원 낭비와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노쇼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병원마다 노쇼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환자가 예약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알림 횟수를 늘리거나 가족 혹은 간병인에게 연락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건강관리'(The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Planning and Management) 6월호에 발표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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