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땅콩회항`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 부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발생한 일명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에 27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대한항공의 항공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열고, 운항규정 위반으로 대한항공에 과징금 27억9000만원을, 거짓 진술을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당시 객실담당 여 모 전 상무에게 각각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토부는 ▲기장의 돌발사태 대응절차 및 지휘권한 위반 ▲사실확인 시 거짓 서류 제출 ▲사전공모로 국토부 조사 방해 ▲사실조사 시 거짓진술 등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땅콩회항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이 마카다미아를 제공하던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 리턴하도록 지시한 일이다. 여객기를 돌려세운 뒤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여객기에서 내리게 했으며, 사건 과정에서 운항규정을 위반했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27억9000만원은 과징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국토부는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권이 항공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현재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과징금 18억6000만원에서 50%를 가중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과태료가 50% 가중됐다. 거짓 진술은 횟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국토부 조사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여객기에서 내리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장과 합의했다"라고 거짓 진술을 했으며, 승무원 등에게 물건을 던지며 행패를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여 전 상무는 승무원 등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협박해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당시 여객기 기장에겐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국토부는 "기장이 운항규정을 위반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검찰이 기장을 피해자로 보고 기소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만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할 경우 기장도 예외없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어 행정처분이 3년 넘게 미뤄진 데 대해 늑장 논란이 일자 업무처리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지 내부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다만 행정처분이 늦어진 것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관련 형사 소송이 진행되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이 외 지난 1월 10일 발생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도 심의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에 과징금 3억원이, 기장과 부기장에겐 각각 자격증명 정지 30일과 15일이 내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