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희생자를 기리고 통한의 심정을 담은 곡 '잠들지 않는 남도'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합창된다.
제주 4.3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념 전쟁이 한창이던 1948년 극우단체인 서북청년단이 "빨갱이를 잡는다"며 학살한 제주도민만 공식 조사로 약 1만명, 비공식 조사까지 합하면 약 3만~8만명에 달한다. 제주도민 8명 중 1명이 희생당한 이 사건엔 미군정의 묵인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날 추념식엔 4.3 생존희생자 115명이 참석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29명이 자신의 삶으로 일제의 만행을 끝까지 고발하고 있다면, 이들 115명 역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국가가 얼마나 개인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70주년을 맞은 이번 추념식에선 고인들의 넋을 기르기 위해 제주도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1분 간 사이렌이 울린다. 세월호 참사 희생차 추모행사, 현충일 추념행사, 부산 턴 투워드 추념행사에 이어 4번째로 지역에서 울리는 묵념 사이렌이다. 행정안전부측은 "4.3 당시 임시 수용소에서 태어난 송승문씨 등 10명이 이날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선창할 것"이라며 "아울러 4.3사건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이숙영(75)씨가 편지글을 낭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3 생존희생자, 유족 등 약 1만 50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오희춘 할머니, 현창용 할아버지 등 4.3 사건 수형 희생자 18명은 지난해 4월 제주지방법원에 무죄를 확정해줄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4.3 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최소 1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억울하게 형무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이다. 현 할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경찰들이 50차례, 100여 차례씩 두들겨 패서 퍼렇게 멍이 들고 등이 거북이 등마냥 쩍쩍 갈라졌다"며 인천 형무소에서 5년 형을 받고 복역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법원이 제주 4.3과 관련된 건들에 대해 '무죄'라고 선고하는 것은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다.
이외에도 희생자 유해 발굴도 시급하다. 2007년 제주 북부에서 민간인 시체 380여구가 발견되면서 처음으로 학살과 암매장 실체가 드러났지만, 2009년 이후 예산이 끊기면서 발굴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생존자 증언을 토대로 4.3 희생자 유골 발굴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4.3 사건에 대한 조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하고, 희생자에 대해 국가가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을 넘어서 보상을 해주는 4.3 제주특별법 역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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