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 3자물류 시장에 진출한 재벌그룹 물류 계열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해운업계 주장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룹으로부터 화물을 받는 물류계열사가 아니라 화물을 몰아주는 화주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의 서울대 로스쿨 경쟁법센터장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GLAD호텔에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가 개최한 제8회 마리타임코리아 기조연설을 통해 3자물류 시장과 2자물류 시장을 분리시켜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의 3자물류 시장 진입을 막으면, 다른 산업군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정당화하는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들이 그룹 화주기업의 화물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운법 및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센터장은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의 3자물류 진입을 막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산업정책과 공정경쟁정책 사이의 딜레마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 해운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의 3자물류 시장 진출을 막으면, 이는 그룹사의 화물 운송 일감을 몰아서 받는 걸 인정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GLAD호텔에서 열린 제8회 마리타임코리아에 참석한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한경우 기자]
이 센터장은 3자물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칸막이를 칠 게 아니라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가 독식하고 있는 2자물류 시장에서도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감을 받는 회사의 매출 비중을 규제하는 현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일감 몰아받기 규제"라고 비판하며 일감을 받는 객체가 아니라 일감을 주는 주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 이 센터장은 2자물류 시장에 있던 대기업 물류 계열사가 3자물류 시장의 경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걸 예상했고, 이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2자물류 시장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고 3자물류 시장에서만 경쟁이 격화되는 방향성에 따른 부작용까지는 공정위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운산업 재건 정책과 공정경쟁 정책을 따로 추진하지 말고 해양수산부와 공정위가 협업해야 한다고 이 센터장은 당부했다. 그는 현재 해수부와 선주협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해운연합(KSP)를 통한 중소 해운업계 통합이 공정위 눈에는 카르텔로 보일 수 있다며 칸막이식 해법보다 다양한 분야를 고려한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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