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 강관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인 뒤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고 관세를 피할 방법을 찾던 대형 철강업체들도 당분간 미국 수출을 미뤄야 할 처지에 놓였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5%의 추가 관세 부과로 유정용강관 업체들은 최대 70% 이상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넥스틸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유정용 강관에 대해 46.37%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받은 바 있어 25%가 더해지면 71.37%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넥스틸과 마찬가지로 강관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휴스틸과 세아제강의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유전에서 원유·가스 등을 퍼 올리는 유정용강관과 생산한 원유·가스를 운반하는 송유관의 글로벌 수요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강관 수요가 미미하다. 실제 휴스틸은 전체 매출의 약 40%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넥스틸과 세아제강은 각각 수출물량의 90%와 70% 가량을 미국으로 보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은 미국이 지난 2016년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며 관세장벽을 높이자 대미 수출량을 줄여왔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전체 판매량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0.6%와 4.7%에 불과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과받은 반덤핑·상계관세가 정당한지 판정하는 연례재심을 통해 미국 수출길을 다시 뚫어보려 준비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다만 당초 주목받았던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만 53%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이 선택되지 않은 데 대해 철강업계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철강업체를 제외한 모든 경쟁자들이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영업이익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산 철강만으로 자국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데다 품질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강관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7.6% 늘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수입 철강에 대한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셰일업체들이 미리 강관을 확보하려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 등을 불러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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