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는 자체브랜드(Private Brand·PB) 상품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B상품 하면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미덕으로 꼽힌다. 실제로 저가의 가성비를 내세운 PB상품이 대기업 제품을 제치고 인기를 끄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접한다.
그런데 무조건 가격이 저렴하면 통하던 PB상품 시장이 요즘 좀 달라지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은 기본에 업체별 노하우와 특기가 집약된 제품이 줄줄이 나오면서부터다. 매출 확대 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로열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양질의 PB상품을 내놓는 일은 이제 필수. 특히 스타트업이나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고객의 구매패턴과 니즈를 적극 반영해 선보인 '잘 만든 PB 상품'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프리미엄 마트 마켓컬리는 운영 초기단계부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우유와 계란, 두부 등을 PB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매달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상품의 30% 이상을 이같은 PB상품이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최근에 선보인 PB상품 '[Kurly] 진짜 아보카도 퓨레'의 경우 판매 10일만에 구매 수량 기준으로 10위 안에 진입했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제품 중 하나가 아보카도인 것에 힌트를 얻어 만든 제품"이라며 "후숙 과일인 아보카도를 알맞게 익히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후기를 적극 반영한 결과 양질의 PB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보카도는 브런치나 스무디 등 다양한 요리에 두루 활용할 수 있어 지속적인 재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마켓컬리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리미엄 PB 브랜드'탐사(Tamsaa)'를 론칭한 이커머스기업 쿠팡은 올해도 PB상품 개발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쿠팡은 현재 롤화장지, 미용티슈, 종이컵, 생수, 반려견 패드, 복사 용지, 고양이 사료 등 9개 종류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반려동물 간식, 스포츠용품, 물티슈 등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탐사 브랜드를 통해 선보이는 제품은 쿠팡의 자체 데이터 기술력을 통해 이용 소비자들이 남긴 상품평과 구매패턴을 분석해 제조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했던 '탐사 복사용지'의 경우 약 2만3000개의 복사용지에 대한 고객 상품평 분석을 통해 개발됐다.
쿠팡 관계자는 "탐사 복사용지는 부드러운 질감으로 매끄러운 필기감과 함께 용지걸림을 최소화해 선명하고 깨끗한 출력물을 받아 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모두 반영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브랜드 특유의 감성이 담긴 문구와 깔끔한 디자인을 앞세운 PB 제품으로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전용 소모용품 쇼핑몰 '배민상회'에 따르면 PB상품 주문수가 월 평균 40%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재주문율이 높고, 신규 이용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판매 상품은 치킨박스, 피자박스부터 도시락·반찬 용기, 식기, 위생용품, 봉투까지 음식 배달에 필요한 500여 종으로 다양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업소가 아닌 자영업자라도 낮은 비용으로 프랜차이즈 못지 않은 브랜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배민상회 외에 최근 세븐일레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유음료, 스낵, 비식품류 등 전반적인 카테고리에서 PB상품 개발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배달의민족 측은 "앞으로도 배달의 민족 문구와 디자인을 활용한 PB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브랜드 홍보를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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