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이 지난 27일 타계했다. 향년 97세.
1922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은 열일곱살부터 일본인이 운영하는 약방에서 일하며 제약산업의 잠재력에 눈떴다. 척박한 국내 제약의료환경과 보건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정 명예회장은 국내 필수의약품 개발에 사활을 걸기로 결심했다. 1946년 일양약품의 전신인 공신약업사를 창업하고 제약서적을 탐독하며 연구에 매진해 위장약을 복합제조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1957년 일양약품의 제 1호 의약품 '노루모'로 출시되어 국민위장약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에는 최신식 생산시설에 과감히 투자하며 신제품 개발과 경영혁신에도 힘썼다. 그 결과 1971년 국내최초 인삼드링크 '원비-D'를 발매, 또 한 번 국민 피로회복제로 등극시켰다. 국내 시장을 넘어 '메이드인 코리아' 의약품을 세계에 수출하자는 비전도 실현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통화일양과 양주일양 등 중국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1995년 중국시장 원비D 수출 1억병 돌파로 산업포장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우리 의약품을 세계에 알리는 길은 오직 '신약'이며, 정치든 기업이든 정도를 택해야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드링크와 일반의약품에서 얻은 수익을 치료제와 신약 개발 등에 과감히 투자한 것도 그의 경영철학과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일양약품은 1990년대 말부터 차세대 항궤양제 연구를 시작해 미국, 일본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고 항궤양제 신약 '놀텍'을 출시했다. 이러한 신약개발 경험은 백혈병 치료 신약 '슈펙트' 출시의 발판이 됐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상 수장, 금탑산업훈장, 수출유공 표창, 보건사회부장관 표창, 노동부장관 표창, 재무부장관상 및 적십자 봉사장 금장 등을 수훈했다. 정 명예회장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 및 부회장, 대한약품공업협회 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제 13대 상임위원, 한·방글라데시 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의약품 성실신고 회원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영자 여사와 장남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정영준 동방에프티엘 회장, 정재형 도쿄 J TRADING 사장, 정재훈 동방에프티엘 사장 , 딸 성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삼성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 선영이다. 영결식은 30일 오전 7시 30분, 발인은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에 치러진다. (02)3410-6917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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