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람처럼 로봇의 손끝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센싱 기술이 개발됐다. 한의사가 손목의 맥을 짚듯 정밀하고, 기존 센서기술의 한계도 보완했다.
21일 한국기계연구원 임현의 나노자연모사연구실장 연구팀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철기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신경 시냅스를 통해 촉각을 인지하는 데 착안해 원격 센싱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손끝에서 뇌까지 시냅스를 통해 신경 신호가 전해지는 원리를 모방했다. 로봇 손가락 끝에 촉감을 느끼는 접촉부를 만든 뒤 얇은 공기압력 튜브로 센서부와 연결했다. 촉각 신호가 접촉부에 입력되면 튜브를 통해 압축된 공기가 전달되면서 센서부의 자석을 움직인다. 가령 야구공을 잡으면 자극이 가해지면 자기저항센서가 이를 감지해 전기신호를 출력한다. 더 세게 쥐면 신호의 색은 점점 붉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센서는 기존 센서가 잘 작동하지 못했던 물속이나 기온이 높은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접촉부와 센서부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게 핵심 비결이다. 습기나 열에 취약한 센서부가 접촉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물속이나 고온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 조정을 하다보니 접촉부에 사용된 소재의 성질과 무관하게 측정 결과가 안정적이다. 로봇 손끝의 접촉부를 실제 피부와 비슷한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더라도 반복적으로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센서가 한의사가 손목의 맥을 짚듯 정밀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손목의 맥박까지 감지하고, 쌀 한 톨 무게 수준(0.03g) 압력 변화까지 알아챘다는 것이다.
임현의 기계연 실장은 "기존에는 유연한 소재를 활용할 경우 센싱 정밀도가 떨어졌는데, 원격 기술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며 "원전 사고 현장이나 물속과 같이 기존 전자센서가 작동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도 신뢰도 높은 촉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5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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