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거미의 '발'을 모방해 전신마비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임근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같은 학과 전형국 연구교수, 조성진 충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거미의 촉각을 이용해 전신마비 환자들이 원하는 단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부분의 거미는 시력이 퇴화되어 거의 볼 수가 없지만, 좋은 촉각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 생존해왔다. 발을 통해 전달되는 거미의 촉각은 날벌레의 날개 진동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연구진은 관절의 움직임은 물론, 피부가 움찔하는 정도의 미세한 움직임도 모두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촉각이 예민한 거미 발 구조를 분석했다. 발 구조를 모사하여 나노미터(1nm는 10억분에 1m) 크기의 '크랙(crack)'을 만들고 이 구조를 이용해 신축성과 변형률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 크랙 구조의 최적화 과정을 통해 센서의 측정 범위를 극대화함으로써 맥박과 같은 미세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관절 부위의 큰 움직임 측정에도 센서를 활용할 수 있다. 임근배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떨림조차 측정할 수 있는 높은 민감도를 가지는 이 센서를 이용해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눈 깜빡임과 모스부호를 이용해 전신마비 환자들이 사람들과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함께 개발했다"며 "눈 깜빡임의 길이를 모스부호에 대입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센서가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은 물론 의료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어즈앤 인터페이스'에 6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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