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주가 늘어난 벌크선의 신(新) 조선가가 들썩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컨테이너선 신조선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신조선가는 100만 달러, 수에즈막스·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의 신조선가는 50만 달러씩 각각 올랐다.
조선·해운업계는 벌크선 신조선가가 오른 이유로는 ▲선복 수급 불일치에 따른 운임 시황 개선 ▲후판 가격 상승 ▲환경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최근 벌크선으로 나르는 건화물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2월 290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전날 1743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해운업 불황으로 벌크선의 발주는 줄어든 데 반해 중국을 향하는 산업자재 물량은 늘어난 영향이다.
증권업계는 오는 2019년까지 BDI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예상 벌크선 인도량은 2462만DWT(재화중량톤수)로 내년 말 기준 세계 벌크선 선복량의 3%에 불과할 전망"이라며 "연간 예상 물동량 증가율 5.8%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1100포인트인 연평균 BDI지수가 내년에는 1384포인트로, 오는 2019년에는 1528포인트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선 운임 시황이 치솟으면서 컨테이너 운임도 오르고 있다. 지난주 말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04포인트로 지난해 평균 653포인트보다 7.8% 올랐다. 지난해 가장 낮았던 400포인트와 비교하면 75% 오른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시황이 컨테이너선 시황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선업계는 벌크선처럼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고, 가격도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벌크선 신조선가를 밀어올린 후판 가격 상승, 환경 규제 강화는 컨테이너선에도 함께 적용되는 변수다.
최근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 가격도 상승 추세다. 중국 내수 기준 지난 1년 동안의 후판 가격 평균은 t당 3517위안이지만 최근에는 4348위안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철광석을 녹일 때 쓰이는 원료탄 가격은 t당 184달러에서 236달러로 상승했다.
오는 2020년부터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이 내뿜는 배출가스의 황산화물(SOx)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줄이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선사들은 탈황설비 옵션을 추가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추진 연료로 쓰는 엔진을 적용한 선박을 발주해야 한다.
반면 벌크선만큼 컨테이너선 발주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지난 몇 년동안 경쟁사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치킨게임을 벌인 결과 해운동맹 구도는 2M, 오션얼라이언스, 디(THE)얼라이언스 등 3대 동맹체제로 재편됐다. 이중 2M과 오션얼라이언스는 대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이미 마쳤다. 남은 해운동맹은 디얼라이언스 뿐이다.
문제는 디얼라이언스가 발주한 컨테이너선 건조 물량을 한국 조선업계가 확보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저가를 내세운 중국 조선업계의 공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 오션얼라이언스 소속인 프랑스 CMA-CGM이 발주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의 수주전에서 우리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소에 일감을 내준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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