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중앙집권적 통제로 연구 현장의 자율성이 저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빠른 연구개발(R&D)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과학기술계의 의견과 규제완화 건의를 생명윤리법 주무 분처인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7일 국회에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서경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장은 이날 포럼에서 바이오규제 현황과 주요 이슈를 설명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승인'의 '포지티브 방식 규제'가 이뤄져 매우 제한된 범위의 연구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생명윤리법 제47조는 유전자치료 임상연구 질환의 범위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에 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하여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만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치료법이 있다면, 새로운 유전자 치료 기술을 이용해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또한 배아 생식세포에 대한 연구나 유전자 편집, 연구목적 배아 생성 금지 등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금지함에 따라 초기단계의 원천기술 개발 자체가 어려우며 지나친 중앙집권적 통제로 연구현장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생명윤리법 제29조와 31조는 배아연구의 범위를 난임치료, 근이양증, 희귀난치병 등 22개 질환에 대한 연구로 한정하고 있으며 난임치료 시술에 쓰고 남은 동결 잔여배아·잔여난자만, 그것도 보존기간(5년)이 지난 경우에만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구자들의 의견수렴 결과 포지티브 규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연구의 적시성을 담보하지 못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었으며 유전자치료 질환범위 규제는 폐지해야한다는데 적극 동감하고 있었다. 또한 배아연구의 경우 법률로 제한하면 안되며 생명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 기초연구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 필요 공감했다.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비동결배아(난자)의 연구목적 사용 허용이 필요하다는데 일부 학회가 찬성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약 2개월 간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발생생물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한국줄기세포학회, 한국유전체학회, 대한생식의학회, 한국바이오협회 등 바이오분야 주요 7개 학회를 대상으로 생명윤리법의 합리적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과기정통부는 의견 수렴 결과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바이오특위에 보고한 후 보건복지부에 연구자들의 건의사항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신용현 의원은 지난 10월, 유전자 치료의 안정성과 효능, 국제 수준의 규제에 맞춰 유전자 치료 범위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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