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사무공간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운동 부족과 불안정한 자세, 스트레스 등이 겹쳐 등, 목, 어깨 등 관절부위는 물론 두통 등 다양한 통증질환을 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등이나 목, 가슴, 두통 등 통증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년간 약 5~18% 증가했다.
통증은 그 자체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증이 특정 질환의 전조증상 혹은 수반증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급성통증은 해당 근육 및 관절치료, 혹은 자연치유만으로 해결이 되지만, 특정 원인없이 갑자기 통증이 있거나 3개월 이상 만성통증이 계속되면 진단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신경과 강석재 과장은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특정 질환의 조기발견을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어깨, 팔, 복부 등 일상적인 해당 부위 통증도 질환에 따라 다른 부위의 병이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통증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으로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증 부위 중 가장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는 '등' 부위 환자는 지난해 499만명이 병원을 찾았다. 이는 2012년 452만명 대비 약 10.3% 증가한 수치다. 등 외에도 복부와 골반 통증 환자는 10.8% 늘어난 159만명, 목 구멍 및 가슴 통증 환자는 5.4% (83만명), 두통은 17.5% (86만명) 증가했다. 문제는 통증이 일상화되면서 참거나 진통제로 대응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통증연구학회에서 '통증은 실제 혹은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연관되거나 손상의 측면으로 판단된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불쾌한 경험'으로 정의한다.
즉 통증은 몸 속 조직에 손상이 진행되거나 혹은 손상 이전 단계에서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를 나타내는 '신호'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통증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가령 어깨 통증은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등 어깨 문제로 판단할 수 있지만 어깨 주변 조직인 심장과 경추에 발생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를 '연관통'이라 하는데 인근 부위에 있는 근육과 내장이 같은 신경 분절을 통해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뇌가 착각을 일으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해당 통증을 단순 근육통 혹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하고 치료하게 되는데, 이 경우 주요 내장 부위의 질환을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근육통은 진통제나 자연 치유로 없어진다. 그러나 과도한 노동이나 운동, 잘못된 자세 등 통증 유발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발생하면 해당 원인을 찾아야 한다. 몇몇 통증은 심·뇌혈관질환의 전조증상인 만큼 보다 세심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 가슴에서 왼쪽 어깨로 퍼지는 방사통은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 어깨통증 원인은 다양하지만, 왼 가슴에서 어깨 쪽으로 통증이 퍼지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가능성이 높다. 해당 질환은 혈액순환 장애로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게 된다. 특히 심근경색은 협심증과 달리 안정을 취해도 대부분 통증이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처치를 요한다.
◆ 명치를 꿰뚫는듯한 통증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면 '담석' 의심= 갑작스러운 복통은 대개 위염 혹은 소화불량으로 처방은 소화제나 제산제 등으로 다스리는데, 복약 후에도 명치를 꿰뚫는 통증을 느끼면 담석을 의심해야 한다. 담관이나 담낭에 담즙이 굳어 발생하는 담석질환은 전조증상이 거의 없거나 급체와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심하면 명치부터 오른쪽 윗배를 거쳐 어깨까지 통증이 퍼지게 되는데, 담관 담석은 담즙 배출이 안돼 황달을 유발하기도 한다.
◆ 몸 떨림과 함께 어깨, 등 통증이 심하다면 '파킨슨병' 증상= 운동과 노동을 안했는데도 몸 떨림과 어깨, 등 부위에 근육통, 관절통이 동반되면 '파킨슨병'의 가능성이 높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근육강직과 몸 떨림 증상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5년 이상 지속되면 어깨, 허리 통증과 척추 디스크,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 발음 어눌해지고 극심한 두통 올 경우 '뇌졸중' 주의= 발음이 어눌해지고 현기증이 오면서 극심한 두통이 올 때에는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뇌졸중 중 가장 위험한 증상인 '지주막하출혈' 은 일단 발생하면 50%이상 환자가 후유증을 앓을 정도로 예후가 안 좋다.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대표적 증상이다. 두통과 함께 구역질, 졸도,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방문, 응급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증상 외에도 특정 부위에 원인없는 통증이나 혹은 3개월 이상의 만성 통증이 발생할 경우에도 몸 속 장기의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병원을 방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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