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정례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현재의 감산합의가 9개월 더 연장될지 조선·화학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선박·해양플랜트 발주 시장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 기대하고 있다. 반면 화학업계는 원재료인 납사 가격 상승과 에탄분해설비(ECC) 산업 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가 상승을 경계하는 눈치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브랜트유 1월물은 전날보다 0.3%(0.23달러) 오른 배럴당 63.55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추수감사절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 넘게 오른 배럴당 5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시장의 관심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OPEC 정례회의에 쏠린다. 이 회의에서 내년 3월까지로 예정된 OPEC 회원국과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비회원 산유국의 원유 생산 감축 약속을 내년 말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연장을 밀어붙여 유가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내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지분을 판 돈으로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투자를 할 계획이다.
조선업계는 감산이 연장돼 유가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오르길 바라고 있다. 프로젝트 당 계약 금액이 큰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저유전에서 석유를 캐는 오일업체들은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는 이익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고도화했다"고 전했다.
반면 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달갑지 않다. 원재료인 납사 가격이 올라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9월 t당 800달러 이상이던 에틸렌 스프레드(수익성 지표)는 지난달 700달러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납사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이 오르지 못한 탓이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가 늘어날 수 있는 점도 화학업계에 부담이다. 이미 미국에서만 연산 900만t에 달하는 에탄분해설비(ECC)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화학업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납사분해설비(NCC)를 돌려 에틸렌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ECC가 가격 우위를 가져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60달러선에서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셰일업계가 생산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9월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 수출한 유정용강관은 73만66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만2000t보다 75% 가량 늘었다.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러시아 석유업계에서는 감산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산에 참여한 산유국들이 고통을 분담해 유가를 올렸지만, 미국 셰일업계가 원유생산을 늘리며 이익을 가져간다는 논리에서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석유회사 대표들을 불러 감산 연장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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