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연구과제 평가시 '성공'과 '실패'를 구분했던 기존 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유도하고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는 폐혜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연차평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소수 전문가 집단이 주도했던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기획도 다수가 참여하는 '크라우드형' 기획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홍근 의원, 송희경 의원, 오세정 의원과 공동으로 '연구자 중심 R&D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R&D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현황 분석과 개선방안, 연구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과 2016년, 두차례에 걸쳐 'R&D혁신방안'을 수립해 각종 서식 간소화, 기초연구 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주도 기획, 단기적 성과관리 등 연구자의 창의성 발휘를 막는 환경이 존재해왔다. 과기정통부는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2개월관 TF팀을 운영, R&D 과제 기획, 선정, 평가, 보상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먼저 정부는 기초연구 과제 평가시 성공과 실패로 나눴던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성공과 실패로 나눈 뒤, 실패했을 경우 차지 과제 선정시 불이익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R&D 성공률은 9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연구자들이 "성공을 위한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매년 이뤄지는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평가 때문에 연구활동이 위축되고 연구비 집행에도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연차평가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연구기간 동안 연구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하는 '그랜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소수 전문가 집단의 폐쇄적이고 세세한 R&D 기획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집단 기획 체제로 전환하고 '상시 온라인 기술수요조사', 산학연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다수 연구자가 R&D 기획에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연구자가 예정된 연구기간보다 빨리 성과를 냈을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성과 창출시 후속연구 확대, 타분야 연구허용 등의 보상체계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금은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때"라며 "연구자가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혁신방안'은 향후 경제관계장관회의 보고, 연구현장 설명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11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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