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으로 국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긴 이후 보따리상(중국인 전문 소매상)들의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은 105만95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1만7166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6억9371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출이 예상외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9억 달러에 육박하던 외국인 매출은 지난 4월 5억 달러 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5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 7억 달러에 근접했다. 면세점 업계는 이러한 괴리가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보따리상들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기회를 틈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면세품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매출은 약 655달러로 작년 7월 333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 내국인 방문객의 1인당 매출이 각각 111달러, 110달러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업계가 고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매출이 발생해도 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에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대다수 신규면세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상반기에 60억원 규모 적자를 냈고,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270억원대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의 SM면세점도 상반기 각각 17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는 불법 유통 등 부작용의 소지가 있지만 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면세점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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