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한국시각 22일) 미 전역을 가로지르는 99년만의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한국 원정대가 파견된다. 개기일식 때만 나타나는 태양의 대기현상인 코로나를 연구하고 코로나 관측 장비의 성능을 시험할 예정이다.
16일 한국천문연구원은 오는 21일 개기일식 때 한국 원정대가 미국 현지에서 태양의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현지에서는 태평양 연안의 북서부 오리건 주부터 대서양 연안의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까지 어디에 있든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약 2분 20초 가량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미 전역에 걸쳐 펼쳐지는 것은 1918년 6월 8일 개기일식 이후 99년만이다.
천문연이 원정대를 파견하는 주된 목적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그래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면을 가려서 태양 주변의 대기층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장비다. 개기일식이 2분여밖에 지속되지 않고 관측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연구가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코로나그래프는 NASA의 태양 관측 위성인 소호(SOHO)에 탑재돼 있다. 그러나 SOHO 위성의 수명이 다해가면서 새로운 코로나그래프에 대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천문연은 NASA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새 코로나그래프의 성능을 이번 기회에 시험한 뒤, 2021년 국제 우주정거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평소 밝은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코로나가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지상에서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이번 일식은 북미와 중미, 남미 북부, 유럽 서부, 아프리카 서부 등에서 관측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연은 와이오밍주 잭슨시에 위치한 국립공원 내 제한지역에 원정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현지 기준으로 21일 오전 11시 35분부터 약 2분 20초간 진행되는 개기일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기상조건과 개기식의 지속 시간, 혼잡도 등을 고려해 관측지역을 선정했고, 지난해 9월 사용 승인을 받았다. 백색광 관측, 백색광 편광관측, 내부 코로나 관측, H-알파 편광관측 등을 동시해 수행해 코로나의 특성을 연구할 예정이다.
조경석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이번 일식 관측을 통해 우리가 개발 중인 코로나 그래프의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라며 "태양 표면보다 월등히 온도가 높은 코로나의 가열 원인을 규명하고 지구에 영향을 주는 태양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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