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이 장기불황에 시달리면서 한때 '음료 프랜차이즈 제왕'로 불렸던 기업인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유사업종 창업 속출과 과당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만 삐끗해도 도산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한국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오후 5시46분께 망고식스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KH컴퍼니의 강훈 대표(49)가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찾아간 회사 직원이 숨진 강 대표를 처음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대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강씨가 최근 회사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 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최근 신청한 회생개시절차로 심적 고통이 심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H컴퍼니는 올들어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 14일 KH컴퍼니·KJ마케팅은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는 업계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라 처음 망고식스를 선보일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커피전문점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렸고, 주변의 시선 탓인지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다 경영난에 처한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 시신이 발견된 곳도 최근 이사한 작은 원룸 월세집이었다.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아들(21) 1명을 두고 있는 강 대표는 혼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대표의 원룸은 문이 굳게 닫힌 채 폴리스라인이 쳐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311개였던 프랜차이즈 브랜드수는 지난해 5273개로 4년새 59% 급증했다. 가맹점 수도 17만6788개에서 21만8997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경쟁이 격화하면서 자영업자(가맹점주) 뿐만 아니라 본사도 경영난에 처한 곳이 많다. 실제 지난해 개업한 전국 프랜차이즈 점포 4만1699개 가운데 58%인 2만4059개가 채 1년도 안돼 폐업했다.
[박은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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