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던 이른바 '서미경 식당'이 내년 1월 모두 퇴출될 전망이다. '서미경 식당'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내에서 운영해온 식당을 말한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에서 10여년 넘게 영업을 지속해온 유기개발의 4개 업소를 내년 1월까지 모두 내보내기로 유기개발 측과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업소는 소공점 본점의 냉면전문점인 유원정과 커피전문점인 마가레트, 잠실점의 유원정과 비빔밥전문점인 유경 등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경은 9월말, 유원정 2곳과 마가레트는 내년 1월말까지 퇴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유기개발이 사실상의 '위장 계열사'라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왔다.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업소들이 롯데백화점에서도 가장 알짜배기로 꼽히는 식당가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면서 이를 두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됐다. 롯데백화점 영업으로 서 씨가 챙긴 금전적 이익만도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이에 롯데는 올해 초 유기개발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퇴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수 차례 보냈고, 유기개발은 수개월동안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버티기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유기개발의 퇴점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의 개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 유기개발 역시 버티기로 일관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었던 경제개혁연대가 유기개발을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지목했던 곳"이라며 "유기개발 입장에서도 개혁의 표적이 되는 부담은 피하고 싶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상 '셋째 부인'인데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개인 최대 주주로 롯데가 이들 식당을 함부로 퇴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서 씨와 딸 신유미(34)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은 애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서 씨 모녀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8%에 달하는 서 씨 모녀 지분은 신 총괄회장(0.4%)뿐 아니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서 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경영권 분쟁 발발 2년 만에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등 화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도 유기개발의 업소 퇴점의 배경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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