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치킨집까지 요즘 유명 프랜차이즈 회장들의 '갑질 논란'이 뜨겁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오너 리스크'로 힘들어지는 건 애꿎은 가맹점주들이어서 문제다.
이런 때일수록 가맹점주와 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려는 오너가 있다. 한방차 전문 프랜차이즈업체 오가다의 최승윤(사진·34) 대표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는 날잡고 수도권 가맹점주 3팀 정도를 만난다. 6개월에 한번씩은 지방점주와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눈다.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은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의 방문이 반가울 리 없다. 최 대표는 그러나 용기를 내 더욱 낮은 자세로 얘기를 들으려고 한다. 2009년 오가다를 처음 창업했을 때부터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장수가 300개가 될 때까지는 점주분들과 이렇게 대면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에게 불만족한 가맹점주들에게는 더 전화하고, 손을 내밀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 점주분과 얘기를 나누면 제가 더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현재 오가다의 점포수는 100개다.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리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비교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가다가 한 집 건너 또 있다는 그 흔한 커피숍이 아니다. 전통 한방차(茶)를 판다는 점, 세상에 나온 지 이제 겨우 8년 됐다는 점, 최 대표가 34살로 열정이 넘친다는 점 때문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들어서자마자 벽면에 적힌 "비가 와도 대표 책임이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를 막기 위해 적어놨어요. 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다보니 어려운 일이 닥치면 뒤에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고, 실제 숨기도 했어요.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됐죠.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외부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는 이 문구는 최 대표가 오가다를 3호점까지 냈을 때 실제 경험에서 나왔다. 당시 100년만의 폭설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눈이 연일 내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날씨 탓만 하고 있기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에 현실적 부담이 컸다.
"직원들이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났죠. 더 힘을 내려고 노력했어요.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더 힘을 내게 되더라고요. 또 빚을 내 직원들에게 보너스라며 3만원씩 봉투에 넣어줬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어느 순간 위기를 넘겼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직원들 월급을 밀린 적이 없습니다."
8년 전 창업을 하며 밝힌 '한방차로 스타벅스를 뛰어넘겠다'는 각오가 현재도 유효하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단 1초를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말했다. 여전히 국내 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한방차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곳은 오가다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차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요.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을 따져봤을 때 커피는 3kg인데 반해 차는 100g이 채 안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을 보면 차 소비량이 연간 3kg에 육박합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그 정도까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거죠."
특히 최 대표는 지난해부터 스타벅스를 비롯한 여러 식음료 업체에서 메뉴에 각종 차 음료를 추가하는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일단 차 시장에 대한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유통 대기업이 나서서 전통차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라며 "실제 지난해부터 다른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등에서 저희 신메뉴와 유사한 음료를 내놓는데, 그만큼 저희 경쟁력이나 영향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일할 맛 난다"고 말했다.
최근 오가다는 이마트와 손잡고 유통판로를 뚫는데에도 성공했다. 이마트가 진행하는 중소기업 우수 상품을 선정해 상품 연구 개발 및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당당히 오가다가 식품분야 1위를 차지해서다. '한라봉오미자·배도라지·애플레몬그라스'등 오가다 카페에서 마셨던 음료를 이제는 대형마트 한 켠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
최 대표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창업을 선택한 데에는 일을 하며 성장을 계속 하고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그런 의미에서 가맹사업에 이어 유통사업을 하게 된 것은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분명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을 통해 성장하는 기쁨을 그는 20~30대 예비 창업가들과 나누고 있다. '청년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창업에 대한 열정이 가장 충만했을 20대에 창업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최 대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실패를 겪지 않도록 어떻게서든 도와주고 싶었다.
서류평가와 면접 등을 통해 선발된 청년 창업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오가다 직영점에서 6개월간 점주로서 일할 기회를 갖는다. 1000만원의 마케팅비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가게를 꾸려나가며 필요한 각종 컨설팅을 현직 선배로부터 받게 된다. 카페 운영으로 얻은 이익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한달에 500만원까지도 버는 청년들을 봤어요. 열정 충만하고, 똑똑하고 게다가 주인이기까지 하니 자신이 진짜 창업했을 때의 꿈을 다 펼치더라고요. 특히 외식업은 창업에 앞서 경험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청년 창업 프로젝트는 실패를 해도 회사가 짊어지는 것이니 예비 청년가들은 부담 전혀 없이 일해보다가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죠."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일을 통해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자고 강조한다. 심지어 사무실 벽면 한 곳엔 '평생 직장은 없다. 프로가 돼서 떠나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만약 어느 직원이 퇴사를 하게 되면 저희는 다 박수치고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있어요. 물론, 퇴사율이 높지 않습니다.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이 제가 일을 하는 이유라고 했을 때, 직원들에게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그러고보니 벽면 곳곳에는'9시1분은 9시가 아니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등등 CEO의 카리스마 넘치는 문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소 살벌하게 느껴지는 이런 문구들에 대해 최 대표는 "사실 제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서 직원들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의 표현이다"고 수줍은듯 말했다.
8년전 창업 대신 취업을 했더라면 지금쯤 과장 정도 달았을 최 대표는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 가맹점주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창업을 즐기며 스스로를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는 "차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신기해 해요. 어떻게 이런 차나무 잎만이 아니라 열매, 줄기, 뿌리까지 차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일본에서도 러브콜이 계속 오고 있어요.하지만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할 생각은 없고요. 우선 분석을 철저히 한 뒤 좋은 파트너를 구해 내년 이후쯤 해외 진출도 보다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에요."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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