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직접적으로 관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던 '미세 중력렌즈' 효과를 미국과 캐나다·영국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와 펜실베니아주립대, 캐나다 몬트리올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백색왜성'의 중력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중력렌즈 효과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에 게재됐다.
중력렌즈 효과란 빛이 거대한 중력에 의해 왜곡된 공간에서 휘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질량이 없는 빛도 공간의 왜곡으로 인해 경로가 휘어질 수 있다. 이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19년이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햇빛 주변이 검게 변하는 '개기일식'날, 태양 뒤에 있는 별에서 날아오는 빛이 태양의 중력으로 휘어지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이 관측으로 인해 일반상대성 이론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1936년 아인슈타인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한 편의 논문을 기고했다. 별에서 날아오는 빛이, 거의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는 또다른 별의 중력에 의해서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면 앞쪽에 있는 별의 질량을 관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작은 별은 중력도 작아 이같은 현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고 했다.
81년이 지났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공동 연구진은 허블 망원경을 이용해 백색왜성인 '스타인2051B'로 인해 별빛이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이 "미세 중력렌즈 효과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던 사이언스에 이번 성과를 보란듯이 발표했다. 김홍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별의 빛은 질량이 큰 은하를 통과해 오는 과정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휘어지면서 중력렌즈 효과를 일으킨다"며 "하지만 이번 발견처럼 중력이 작은 곳에서 발생하는 '미세 중력렌즈 효과'를 발견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빛이 휘어지는 정도를 계산해 스타인 2051B의 질량이 태양의 약 60%에 불과하다는 것도 계산해냈다. 김홍서 책임연구원은 "폭넓게 해석하면 천문학자, 물리학자의 대 스승인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후배들이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양을 포함해서 은하에 있는 별의 97%는 스타인2051B처럼 백색왜성이다. 연구진은 "지구와 가까운 백색왜성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백색왜성의 형성과정과 미래 등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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