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박병원)가 23일 차기 신정부 최우선 과제로 규제완화·법인세 인하 등을 통한 일자리 확충을 주문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위해 일자리에 사활을 걸어달라는 요청이다.
경총은 각 정당 대선후보에게 일자리 정부로 성공하기 위한 5대 핵심정책방향을 담은 129쪽의 '경영계 정책건의서'를 24일 전달한다. 경총은 "향후 5년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차기 정부가 경영 환경개선을 통해 일자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건의서에서 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잇달아 내놓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 등 기업 규제강화 공약에 대해 "인위적 구조 개편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의서는 또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상법개정안과 법인세 인상안에 날을 세웠다. 경총은 "글로벌 기업간 경쟁구조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세 부담을 낮추고, 규제 완화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규제정책 입법화가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OCED 국가 평균 법인세가 2000년 32.5%에서 2015년 24.9%로 인하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 인상이 진행될 경우 상품 소비자가격 인상과 임금 하락, 배당축소 등으로 일자리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모든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중소·영세기업의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노동시장에 다양한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면서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新)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역시 주문했다. 특히 국내 의료계가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라는 덫에 걸려 제대로 된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총은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영리병원 설립 규제와 원격의료 제한을 폐지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 산업 육성은 물론 해외 의료 관광객 유치를 통해 내수침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차기 정부의 필수 해결과제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 보호에만 주안점을 둔 현재 노동법 체계를 근로자별로 근로방법과 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근로조건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형 '근로계약법') '제도로 바꿔야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전 근로자에게 적용하기 보다는 고임금 근로자를 제외하고, 근로시간을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상 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노사 분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행 2년마다 진행하는 단체교섭을 3~5년에 한번씩해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는 "현실과 괴리된 인기영합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경총 측은 "최근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가 추진되면서 재정이 부실화 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표한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현안'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로 기초연금 등 현행 제도의 재정부담이 2025년까지 연 평균 8.9% 증가, 정부 지출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취약 고령층과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재원 대책을 의무로 마련해야 하는 '페이고(Pay-go)' 정책 도입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경총이 차기 정부에 제시한 일자리 정부로 성공하기 위한 5대 핵심 정책은 ▲ 활기찬 시장경제 ▲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 상생의 노사관계 ▲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안전 시스템 구축과 세부 실천방안이다. 경총은 "정책건의서에는 '되는 게 없는 나라'가 아니라 '안 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경영계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지웅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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