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김유선 교수는 전 세계 30개국 의료진과 함께 참여한 대규모 연구에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염인 CDI(클로스트리듐 디피실 인펙션,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의 재발을 낮추는 단클론 항체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15일 밝혔다.
항생제 연관 장염(CDI)은 항생제가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독소 A와 B를 분비하는 세균(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균)을 증식시켜 설사와 장염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병원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총 322개 의료기관에서 2011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항생제 연관 장염 환자(CDI) 2,55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독소를 중화시키는 항체(항 독소)인 A 항체(악토주맵, Actoxumab), B항체(베즐로톡주맵, bezlotoxumab), A+B항체(두 항체 함께 투여), 위약 군 등 4그룹으로 나눠 약물 투여 후 12주간 효과를 살폈다.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의 평균 재발률은 26.6%로 나타났다. B항체를 투여한 환자의 장염 재발률은 16.5%로 위약 군보다 10.1% 포인트 재발률이 낮았다.
위약 복용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31.4%로 높은 재발률을 보였지만 B 항체 투여 후 재발률이 15.4%로 낮아졌다. 특히 1회 이상 재발한 환자의 경우 41.1%, 2회 이상 재발한 경우 42.1%로 재발률이 매우 높았지만, B항체 투여 후 역시 13~16%가량 재발률이 낮아졌다.
A항체 투여군은 26%로 위약 투여군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A와 B항체를 함께 투여한 군은 15.4%로 재발률이 낮아져 독소 B에 대한 단클론 항체가 재발률을 10% 포인트 가량 낮추는 효과로 작용함을 확인했다.
김유선 교수는 "베즐로톡주맵 항체가 클로스트리듐균이 분비하는 독소 B를 중화시켜 세포에 결합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65세 이상 노인이나 한번 이상 재발한 환자의 경우 재발이 반복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시 사망률과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도에 발표된 대한장연구학회 다기관 연구 결과, 항생제 연관 장염(CDI)은 입원환자 1000명당 환자 수가 5년 사이(2004~2008년) 1.6배 증가했으며 미국의 경우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으로 매년 1만 5,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점점 더 독소 분비가 많고 약제에 듣지 않는 강한 균주가 나타나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사망률이 400%나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김유선 교수는 "노인 인구 증가와 항생제 사용 증가로 점점 더 항생제 연관 장염이 늘어날 수 있지만, 국내에는 현재 정확한 유병률과 재발률, 사망률도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며 "입원환자, 최근 수술환자, 고령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항생제 사용 후 의료진은 주의 깊게 살피고 정책적으로도 항생제 장염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미국, 독일, 이스라엘, 스페인, 캐나다, 호주, 칠레, 한국, 일본 등 30개 나라의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백병원 김유선 교수와 대한장연구학회 연구자들을 포함한 15개 기관에서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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