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임직원이 10년간 3만3700여건의 독서감상문을 제출한 기업이 있다. 자체 평가를 통해 휴가나 승진 등의 인센티브도 받는다. 4000여권의 도서를 보유한 사내도서관을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국내 1위 제약 및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국콜마 이야기다.
한국콜마의 임직원들의 독서 열풍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27년 간 이어 온 '독서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윤 회장은 평소 '우보천리(牛步千里·오래가는 것이 가장 빨리가는 것)'와 '유기농 경영'을 경영원칙으로 강조한다. 화학비료가 아니라 퇴비를 이용하는 것이 토양의 질을 윤택하게 하듯 임직원의 건강한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윤 회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자생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라며 "사람, 기업 모두 오래 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문학 독서는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사골국처럼 평생 가지고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콜마의 독특한 독서 문화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콜마 북 스쿨(KBS)'이라는 독서 장려 제도다. 이 프로그램은 독서학점 이수제로 운영되며 모든 임직원이 매년 최소 6학점 이상의 독서 학점을 이수해야한다.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1회 제출하면 1학점이 인정된다.
한국콜마는 독서감상문을 자체 평가해 시상과 상품권 증정, 휴가나 승진 점수 등에 반영하고 있어 '학점 미이수자'의 비율은 매우 낮다. 임직원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한국콜마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최소 6학점만 채우면 되지만 대다수 사원들이 15학점 이상을 취득했다. 전체 임직원들이 2006년부터 10년 간 제출한 독서감상문은 총 3만3711건에 달한다. 지난해 한 해만 6267건의 독서감상문이 쏟아졌다.
한국콜마의 서울사무소와 세종공장엔 책 냄새가 가득하다. 두 곳 모두 각각 4000여권의 책을 구비한 사내도서관이 있다.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2주 간 책을 대여할 수 있다.
한국콜마는 팀 단위 독서 커뮤니티도 운영한다. 전 임직원이 독서 커뮤니티에 가입돼있다. 매월 1회 이상 커뮤니티 활동 결과를 사내 독서게시판에 올린다. 모임에 필요한 도서구입비용, 다과비용은 사측이 전액 지원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사내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콜마의 독서문화는 기부문화로도 확산되고 있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승진이나 결혼, 출산 등 개인적인 경사를 맞아 책을 기부하거나 기증하는 것은 한국콜마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2016년 독서왕에 뽑힌 박창희 기초화장품연구소 연구기획팀 연구원은 "회사에 책읽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있어 책을 항상 가까이 하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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