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줘야 할 약 1조원의 인도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을 가져가지 못하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오히려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현금이 급한 대우조선의 사정을 아는 소난골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협상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인도대금을 받기 위한 법적 절차에 나서면 대금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은 최근 인도대금 약 1조원 중 일부를 드릴십을 인수할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으로 받고, 나머지는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 최종 제시안을 놓고 소난골과 협상을 하는 중이다.
자금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빌려준다. 무역보험공사는 이 거래에 대한 보증을 서면서 소난골(SPC의 모회사)에 원유판매 매출채권, 소난골의 보증, 드릴십 용선계약 중 하나를 신용보강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소난골이 앙골라 정부의 승인 문제를 들어 무보와 대주단의 신용보강책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지금 당장 가진 현금은 없어도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유전이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광구 등 자산은 많다. 이 같은 환금성이 있는 자산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대주단·무보는 요구했지만 소난골과 앙골라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버티고 있다. 시간을 끌면 현금이 급한 대우조선을 위해 대주단·무보가 더 좋은 조건을 내놓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소난골이 (유동성 부족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대우조선의) 현재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조선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주단·대우조선은 강공책을 쓰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주단과 무보는 상업적 판단에 따라 소난골의 드릴십을 인도할 SPC에 대한 대출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난골이 합당한 담보를 내놓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적 절차를 밟는 동안 대우조선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기구에 중재 신청을 한 뒤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보통 2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월 평균 8000억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써야 하고, 오는 4월(4400억원), 7월(3000억원), 11월(2000억원)에 모두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발주사에 선박 대금을 미리 달라고 요청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공정이 초기단계여서 대금을 미리 달라고 요청하지 못한 발주사들에게 요청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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