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속도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 수년 동안 한 명의 모델과 동고동락하는 브랜드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전속 모델인 만큼 유행이나 트렌드에 따라 대세 인물로 빠르게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하철역이나 대학가 등 일반 상가에 있는 매장을 주력 판매 채널로 삼고 있는 중견 패션의 경우 소비자의 높은 충성도와 가맹 점주들의 요구와 맞물려 브랜드 모델이 장수하고 있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패션그룹 형지의 크로커다일레이디, 세정의 올리비아로렌 그리고 인디에프의 꼼빠니아 등은 평균 7년 연속 한 모델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장수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원은 송윤아의 바통을 이어 받아 지난 2011년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첫 인연을 맺었고 지난달 19일 재계약을 하면서 7년 연속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배우 송윤아도 2003년부터 7년간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전속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하지원의 이미지가 30~50에 걸쳐 폭 넓은 여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졌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모델 활동 외에도 브랜드 측은 하지원과 공동 작업을 통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그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청바지와 가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원의 시크릿 진'과 '지원 백'은 30~40대 여성들의 큰 관심을 얻으며 전 수량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에는 공동 작업 상품외에 모델의 이미지를 반영한 상품 라인을 론칭했다. 감각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3040 여성을 겨냥한 '루비라인'은 건강하고 밝은 전속 모델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시킨 대표 컬렉션이다.
토종브랜드 세정 또한 전속 모델 기용으로 장수 브랜드 반열에 오른 곳 중 하나다.
올리비아로렌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8년동안 수애를 전속 모델로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드레수애'란 별명을 얻으며 여성복 라인에 강점을 보인 수애는 올리비아로렌의 오랜 동반자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 측은 최근 수애가 출연한 KBS 월화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제작지원에 나서며, 다양한 스타일을 내놨다. 드라마에서 수애가 주로 착용한 트렌디한 디자인의 '애띠 올리비아' 라인은 방송 직후 매장 문의와 판매가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인디에프는 박민영과 호흡을 맞추며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원에 이어 지난 2011년 꼼빠니아 모델이 된 박민영은 부드럽고 페미닌한 이미지를 더해 브랜드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여성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내레이션에 참가해 클래식한 CM송을 제작하고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는 등 인지도 높이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크로커다일레이디 관계자는 "한 모델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활동을 하면 소비자들은 모델과 브랜드를 동일선상에 놓고 이미지화하게 된다"며 "한 명의 점주가 오랫동안 매장을 운영하는 가두점의 특성과 장수 모델 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돕는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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