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로 회원사인 전기공사업체들과 발주처의 신용부실에 대한 사전 체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성관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65)은 최근 조합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수 침체 장기화를 우려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기악화로 발생할 수 있는 전기공사 관련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공제조합 본부에 대한 저비용·고효율 조직개혁을 시작한 김 이사장은 혁신작업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983년 설립된 전기공사공제조합은 전국 1만4000여개 회원사에 자본금이 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선 기관이다. 전기공사업체가 시공에 꼭 필요한 보증· 융자와 같은 금융서비스를 타 금융기관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취임 당시 ‘변화와 혁신’을 슬로건으로 63개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본부를 조합원 중심의 공제조합으로 재구축하는 취지였는데 혁신을 상당 부분 진척시킨 상태다.
지난달 서울지역 4개 지점을 하나로 통합해 본부 조직을 슬림화했고, 조합원 민원해결 전담부서인 고객민원센터를 신설하고 콜센터도 새롭게 도입했다. 또 조합에서 발생하는 보증서의 국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에서 신용평가를 받아 ‘A-’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같은 혁신 노력으로 지난달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혁신경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신용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회원사가 해외 공사를 수주할 때 타 금융기관보다 낮은 보증 수수료를 부담해도 된다”며 “앞으로도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개혁해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지방 출장소 6곳 중 운영 효율이 낮은 곳은 통합하고, 인터넷영업점의 서비스 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미 본부 직원들 대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로 노조측과 협의도 마쳤다. 김 이사장은 “전기공사는 크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송하는 송· 배전에서부터, 작게는 LED 등 교체와 같은 조명공사도 모두 포함된다”며 “국내서는 ‘무정전’을 당연시하고 있지만 사실 전기공사 업체들의 숨은 노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1만4000여개 전기공사 업체의 매출은 총 23조6000억원 규모로 GDP의 1.52% 가량을 차지한다. 여름철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아파트 정전’ 등의 사고가 드문 것은 그만큼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배선·송전 공사에 안전사고가 더러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안전장비 개선과 교육 등으로 많이 줄었다.
최근 건설·조선·철강·화학 등 한때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업종들이 불황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전기공사업계도 위기감이 높아졌다. 김 이사장은 “전기공사는 주요 산업의 기반설비를 시공하는 일이어서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운영 투명성·안정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조합이 조합원 경영활동에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공제조합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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