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딴 애칭으로 ‘히트 상품’을 배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출시 당시 제품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됐던 ‘애칭’이 되려 브랜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애경 화장품 브랜드인 에이지 20‘s(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팩트’는 정식 제품명보다 ‘견미리 팩트’로 더 알려져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애경산업이 지난 2012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홈쇼핑 전용 상품으로 선보인 첫 화장품 브랜드다.
생소한 브랜드 명보다 견미리 씨의 이름을 활용한 별명으로 쉽게 불리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탔다. 중견 연예인을 기용하고 홈쇼핑 판매에 주력한 결과 40~50대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단숨에 애경을 대표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이 제품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팔린 제품만 1450만개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기존 대형 화장품 업체를 제외하고 후발 브랜드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운 일은 이례적이다. 에이지투웨니스는 홈쇼핑 외에 오프라인 매장, 면세점 등 유통 판로를 넓히며 연간 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승승장구 할수록 애경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에센스 팩트 = 견미리 팩트’로 소비자 사이에서 공식처럼 통용돼 브랜드의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견미리씨는 해당 제품에 투자를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업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밖에 모델의 개인 사생활이 브랜드 이미지가 직결되는 것 역시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중화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고민은 더욱 늘어난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 제품력 ▲브랜드 모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후발주자에 속하는 애경으로서는 에센스 팩트의 원조격으로 제품력을 인정받고 왕홍을 활용한 SNS마케팅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였으나 브랜드 모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류 스타, 아이돌 그룹 등을 앞세우는 대부분 브랜드와 달리 애경의 경우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면서 “이미 브랜드 모델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다른 모델을 내세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인 애칭으로 알려졌다가 브랜드 모델이 바꼈을 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베네피트가 지난 2011년 출시한 차차틴트는 당시 모델인 배우 유진과 이미지가 잘어울려 ‘유진 틴트’로 유명세를 탔다. 신제품이지만 연예인 후광효과에 힘입어 역대 제품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어 5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제품의 모델이 바뀌진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진틴트’로 오르내리며 제품 이미지가 고정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모델을 활용한 애칭으로 인지도 상승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브랜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후 새로운 변신이 쉽지 않아 이러한 애칭 화장품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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