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만성질환과 싸운 몸 속 면역세포가 이따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니콜라스 헤이닝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과 니르 조셉 버클리대 교수팀, 존 웨리 펜실베니아 교수팀 등 공동 연구진은 몸 속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의 기능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체내 면역력을 이용해 암 같은 질병을 물리치는 방안으로 최근 각종 면역세포에 의한 치료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련기사 3일자 A21면
체내 혈역세포 가운데 세균 처리와 면역에 관여하는 건 백혈구 안에 있는 림프구다. 주로 T세포와 B세포로 구분되는 이 림프구(면역세포) 가운데 가슴선(흉선)에서 발생하는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항원)를 죽일 수 있다. 반면 B세포는 자체 살상 기능 없이 항체를 분비해 항원 활동을 방해한다.
하지만 T세포의 항원 살상도 단독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T세포는 도움 세포와 조절 세포, 기억 세포, 살해 세포 등 4가지로 나뉘는데, 반드시 도움 세포 등이 특정 물질을 분비해야만 살해 세포가 활성화돼 항원을 공격할 수 있다.
연구진은 T세포가 만성질환이나 암에 걸렸을 때처럼 계속해서 면역반응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탈진해 버리는(exhausted) 경우를 주목했다. 이처럼 탈진한 T세포는 다른 정상 T세포와 유전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조사한 결과 탈진한 T세포는 부분적으로 재생되기는 하지만 면역활동에 필수적인 기억 세포를 다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세포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 가운데 기억 세포는 특정 항원 공격을 물리친 T세포가 사멸한 후에도 장기간 생존하면서 이후 같은 항원이 다시 나타나면 단시간에 증식해 강한 면역반응을 이끌 수 있다. 일단 이 기억 세포가 항원의 특징을 다시금 떠올려내면 그에 따라 도움 세포와 조절 세포의 작동 제어로 살해 세포가 항원을 공격하게 된다.
헤이닝 교수는 “만성질환 등으로 오랜 기간 항원과 싸우다 탈진해 버린 T세포가 늘어나면 면역반응 효율이 점차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번에 밝혀낸 것”이라며 “다만 탈진한 T세포의 기능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남아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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