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직원들이 ‘최순실 게이트’란 복병을 만나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안의 강도는 지난 6월 면세점 특허를 상실했을 때보다 더 크다.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전제로 유급휴가에 들어가고, 타부서로 전보됐던터라 올 연말 예정된 특허 재취득 기회가 ‘날아가면’ 정말 관둬야 할 상황에 처하기 되기 때문이다.
2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문을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130여명 정규직원들은 현재 소공점이나 인천공항점 등의 영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직급과 상관없이 판매 ‘헬퍼(Helper)’ 등으로 임시 배치된 성격이 크지만 연말이면 월드타워점이 재개장할 것이란 기대감에 열심히 일을 해왔다.
월드타워점에서 근무하다 타 영업점에 배치된 롯데면세점 직원 A씨는 “다른 영업장에서 최종발령이 아니라 잠시 왔다가 (월드타워점으로) 갈 사람들이라 여겨 중요한 일을 맡지는 못했다”면서 “거주지와도 먼 영업점이지만 버텼던 것은 오로지 월드타워점이 문을 다시 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문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현재 임대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잠실 월드타워점을 통째로 비워 놓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면세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검찰은 정부가 올 연말 신규면세점 4곳을 추가 허용한 것 등을 두고 지난 24일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를 압수수색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로비를 벌인 것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월드타워점에서 고객응대와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는 직원 B씨는 “지난 주부터 동기들 ‘단톡방’에 불이 난다”며 “특히 휴직자들의 경우 회사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다보니 불안함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13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유급휴가를 차례대로 쓰게하며 고용보장을 해왔다. 월드타워점이 연말에 문을 다시 열면 곧바로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B씨는 “운이 좋게 지금 나는 근무를 하고 있지만 휴직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말이 없을 정도로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며 “안 그래도 회사에선 유휴인력 처리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문을 이미 닫은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까지 또 떠안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전후관계가 맞지 않는 의혹만으로 수백, 수천명의 생사를 이렇게 오락가락하게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면세점 사업이 어떻게 보면 ‘국민정서법’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 쓰나미에 휩쓸린 우리는 또 다른 국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SK네트웍스에서도 직원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와 달리 유일한 면세점 특허를 잃은 후 전사적으로 부활의 기회를 노렸던 만큼 사정 당국의 압수수색을 겪으며 ‘멘붕’상태에 빠졌다. SK네트웍스는 문을 닫은 워커힐점에서 일하던 직원 중 100여명을 본사 면세사업부에 배치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연말 워커힐점 사업권을 다시 얻기 위해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준비 등에 한창 바빠야하지만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라며 “정치적 문제에 따라 경제 사업 일정이 다 흔들려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직원은 “SK네트웍스의 경우 리조트와 스파 연계형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4000여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기회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며 “중소기업을 돕는 면세매장도 구상중인데 그런 중소기업 직원들은 또 무슨 죄냐”고 비판했다.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은 검찰의 면세점 특허 관련 로비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아예 출연하지 않았거나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그럼에도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검찰 수사에, 국정조사, 특검 등의 여파로 올 연말 예정된 면세점 특허 재취득 심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내부 직원들 사이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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