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 인식이 이미 ‘경제 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음식과 커피 소비마저 줄이면서 연말연시 ‘소비절벽’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중 95.8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 7개월만에 최저치다. 하락폭도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6.7포인트에 육박할 정도로 컸다.
가계의 현재와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악화됐다. 현재 경기판단CSI는 12포인트 폭락한 60을, 향후 경기전망CSI는 16포인트 폭락한 64를 기록했다. 현재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인데 앞으로 6개월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이슈 여파에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 전망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바깥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으로 소비 심리가 나빠졌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우려됐던 ‘소비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리띠를 졸라 맨 소비자들이 의류·신발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식비까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동기 대비 0.1% 줄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세부 항목으로 보면, 의류와 신발에 대한 실질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어 14분기 연속 쪼그라들었다. 특히 경기 위축과 가계 빚에 짓눌린 가계는 식료품 등 필수소비재 소비도 계속 줄였다. 2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실질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해 지난해 4분기부터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커피를 비롯한 기호식품 지출(-5.7%)은 3년 9개월째 줄어들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면서 “소비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중산층 및 저소득층에대해서는 소비 촉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 <용어 설명>
▷ 소비자심리지수(CCSI) = 2003∼2015년 평균치를 기준인 100으로 해서 100을 밑돌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뜻한다.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를 진행한다. 11월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2056가구가 응답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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