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부담 등으로 선대에서 후대로 넘어가는 재벌가 자산 승계 속도가 더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오너가 있는 50대 그룹 대주주 일가 계열사 보유 주식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 평균 32.7%로 집계됐다. 2011년 조사 당시(28.7%)에 비해 4.1%포인트 올라가는데 그쳤다.
자산 승계율이란 경영권을 가진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보유 중인 가족 전체 자산 가운데 자녀들이 소유한 자산 비율이다. 승계율이 높을 수록 후대로 넘어간 자산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증여세 부담이 커 대주주 일가 자산 승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대주주 일가 경영 전통이 깊은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두산 등은 승계율이 40%를 넘어 승계 진행이 상대적으로 빨랐다. 삼성은 2011년 23.9%에 그쳤던 승계율이 43.4%로 상승했고, 현대차도 27.8%에서 44.1%로 껑충 뛰었다.
특히 한국투자금융과 태영그룹은 승계율이 90%를 넘어 세대 교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주주가 젊거나 창업 기업이 많은 기업은 자산 승계율은 미미했다. 교보생명, 이랜드, 현대산업개발 등 7개 그룹은 자산 승계율이 ‘0’였고 SK, 아모레퍼시픽, 한라, 메리츠금융 등도 5% 미만에 그쳤다.
금호아시아나는 승계율이 55.7%에서 43.2%로 12.5%포인트나 추락했다. 대주주 일가가 보유했던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주식 등을 처분하며 승계율이 크게 낮아졌다.
한편 5년간 5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58조 5016억원에서 74조2580억원으로 15조 7564억원(26.9%)가 불어났다. 자녀 보유주식 가치는 25조 7445억원에서 35조 5546억원으로 9조8101억원(38.1%)가 늘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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