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코리아’의 주력 품목인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급격히 오르고 있다. PC용 D램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것이 모바일·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4분기에는 PC용 D램 가격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4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의 고정거래가격이 전달에 비해 7.4% 오른 14.5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4분기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분기에 비해 약 30%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PC용 D램 가격은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결합하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년간 감소했던 노트북·데스크탑 등의 PC 수요는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HP와 델 레노버 등 글로벌 PC 업체들은 성수기인 하반기를 겨냥해 3분기부터 부품 보유를 큰 폭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강세로 돌아선 PC 수요를 감안해 인텔은 지난달 3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4.7%, 매출총이익률은 2%포인트 각각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D램 생산업체들이 모바일·서버용 D램 생산을 늘리면서 PC용 D램의 공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D램 생산에서 모바일 D램 비중은 40% 이상으로 늘었지만 PC용은 현재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생산시설이 당장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업체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PC용 D램은 품귀 현상까지 빚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PC용 D램의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D램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14년 10월 개당 3.78달러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간 DDR3 4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5~6월 1.25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달 대비 8.7%나 오른 1.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물거래시장에서도 지난달 DDR3 4Gb D램 가격이 19%, DDR4는 15% 각각 상승했다.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도 3분기 들어서면 10% 이상 오른 가운데, 항상 공급부족을 보이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4분기에 10~15% 상승이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만 약 4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리콜로 인해 약 1조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이를 DS(부품)부문이 충분히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만 3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3분기(3조6600억원) 이후 1년 만에 다시 3조원대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1일 SK하이닉스의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모두 높였다.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5870억원에서 7020억원으로, 4분기는 6870억원에서 9240억원으로 조정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이 기대를 넘어섰다”며 “반도체 업계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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