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100억원 사재를 내놓는다. 해운업계에서는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 악화 책임론이 불거지며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결과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12일 유수홀딩스는 “최 회장이 보유 중인 유수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100억원을 확보해 수일 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던 조양호 회장은 13일 보유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출연해 한진해운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타계한 뒤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독자 경영에 나섰지만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며 가정주부였던 고 조 회장 부인인 최 회장이 키를 쥐었다. 하지만 중장기 전략 부재에 업황 불황 직격탄을 맞으며 주 수익원인 운임이 붕괴되며 1일부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고 있다.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에 긴급 자금 100억원을 지원하지만 물류대란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에 선적된 화물을 하역하는데만 17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 전 회장 사재출연에 1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재 400억원, 한진해운 내부 보유자금(200억원)을 끌어 모아도 전체 가용자금은 700억원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은 당초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배임죄 등 부담에 이사회가 터미널 담보를 먼저 설정하면 돈을 쏴주겠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들고 있지만 이를 담보로 잡으려면 이미 담보 대출해준 6개 해외금융사와 또 다른 주주인 MSC(지분 46%)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앞선 10일 최 전 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물류대란과 부실경영 책임을 놓고 여야 의원 집중 질타를 받았다.
최 전 회장은 사재 출연 등 공동 책임을 묻는 질문에에 “구체적으로 생각 못했지만 앞으로 고민해보고 실천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최 전 회장은 물류대란과 관련해 “한진해운으로부터 모든 것이 잘 해결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회사를 믿고 짐을 실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며 한진해운 측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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