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말 현재 가계 빚이 사상 최대치인 1257조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새 54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이 속도라면 연내 13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은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구당 7253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 빚이 급증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로 돈이 풀린데다, 정부가 가계 빚 억제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부에만 적용돼 풍선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계 빚에서 자동차 카드 할부를 의미하는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은 119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2.8%(32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기관별로 보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4.1%(10조4000억원) 늘어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어 예금은행 3.1%(17조4000억원), 기타금융기관 1.5%(5조1000억원)순이었다.
이는 올 2월부터 정부가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한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쏠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모니터링 결과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2금융권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이들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 빚 중 주택담보 대출 비중은 54.4%에 달했다. 주담대 총액은 684조9000억원으로 6개월 새 34조2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상승은 금융당국의 감독이 덜 한 집단대출이 주도했다. 상반기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은 23조6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1조6000억원이 집단대출이었다.
이밖에 할부를 뜻하는 판매신용 잔액은 2분기 말 현재 6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보다 7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카드는 7000억원 늘었고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는 1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할부금융은 1000억원 줄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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