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갤노트 7의 핵심 기술인 홍채인식 설명회를 갖고 그동안 개발과정과 향후 적용 계획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3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브리핑 룸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홍채인식 개발 주역중 한명인 김형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돋보기, 누진촛점렌즈 등 몇몇의 경우 아직 인식이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향후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홍채인식 기술을 확산하기 위해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홍채인식 기능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반 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미국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하면서 보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던 때의 일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삼성전자 내부에 떠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홍채’가 등장했다. 전 세계 60억 명 중에서 홍채가 같은 사람은 3~4명에 불과하다는 점, 심지어 쌍둥이도 다르다는 점, 영유아기가 지나면 변형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떠올랐다. 삼성은 현존하는 최고의 개인 생체식별 방법인 DNA 테스트도 검토했다. 그러나 스마트 단말기에 넣기란 불가능했다. 현재 DNA테스트에는 최소 2시간이 소요된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홍채가 갖고 있다는 266가지 특성 중에서 적정수준의 특성에 집중한 효율적 솔루션을 찾아냈다. 전체 홍채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식별이 가능한 최소한의 특징을 잡아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솔루션은 자체 개발기술이며 현재 특허로 보유하고 있다. 이후 지난한 테스트과정이 시작됐다. 안경을 쓴 사람, 조명의 강도, 시야각 등 다양한 현실 세계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심지어 안경의 렌즈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한다거나, 세수하다 나와서 눈에 물방울이 맺힌 경우도 고려했다. 나이가 많은 이용자들이 돋보기를 꼈다거나 누진촛점렌즈, 콘택트렌즈, 적외선렌즈를 착용하는 등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테스트하면서 유저들의 이용환경을 고려했다.
갤럭시노트7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홍채인식 기능은 이런 연마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8월초 갤럭시노트7 발표회에서 “한낮에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다”며 “차기작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용자들이 아직 기능적 단점들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앱을 새로 깔면 등장하는 아이디 비밀번호 입력창과 은행 거래시 공인인증서 입력시 느껴지는 번거로움 이상의 갑갑함을 해소해 줄 거란 기대 때문이다. ‘홍채인식 기능만 있었다면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을 굳이 찾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홍채인식이 더 많은 기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삼성패스의 이용 가능 범위도 차례로 확산될 것”이라며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와도 연동 작업을 준비 중이고, 국민은행도 곧 삼성패스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곧 홍채인식 기능 탑재 단말기를 내놓을게 뻔한데 결국 경쟁은 얼마나 많은 우군을 확보하고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상무는 “타사도 홍채인식 기능 탑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페이, 삼성패스, 모바일뱅킹 등이 홍채인식으로 연동되는 구조가 완성되면 안드로이드폰 자체의 보안문제가 개선된다.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터지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무어헤드는 “삼성전자같은 스마트폰 선도업체는 홍채 등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의 사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자가 잠금해제 이외의 용도로 생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홍채인식을 통해 바라보는 시야는 스마트폰 단말기에만 있지는 않다. 생태계가 확대되면 사물인터넷(IoT)나 무선자동차 등에도 홍채인식이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홍채인식을 통해 자동차 시동을 건다거나, 원격진료를 받는 등의 미래를 예측해 왔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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