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가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그러나 이같은 환경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덩치 큰 경쟁자의 등장보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해소 가능성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3일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허베이철강과 서우강그룹을 합병해 북중국강철그룹으로, 지난 6월 합병한다고 발표한 바오스틸그룹과 우한스틸그룹을 남중국강철그룹으로 만들어 중국 철강업계를 양강체제로 재편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두 건의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조강(쇳물) 생산량 규모 기준 세계 순위가 바뀐다. 허베이철강(4775만t)·서우강그룹(2855만t)을 합친 북중국강철그룹(7630만t)은 압도적 세계 1위이던 아르셀로미탈(9714만t)를 바짝 추격하는 2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바오산스틸(3494만t)·우한스틸(2578만t)을 합친 남중국강철그룹(6072만t)은 신일철주금(4637만t)과 포스코(4197만t)를 제치고 세계 3위 철강사로 올라선다. 신일철주금과 포스코는 각각 세계 4위, 5위로 한 계단씩 밀려난다.
하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공급 과잉이 문제인 세계 철강 시장에서 조강 생산량 규모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합병으로 인해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생산이 해소된다면 그것은 포스코를 포함한 세계 철강업계에 호재”라고 말했다.
실제 철강 전문가들은 철강업계 재편을 논의하는 중국 정부의 행보를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중국 정부가 거대 철강사를 만들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군소 철강사들이 자연스레 도태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경쟁강도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에도 포스코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바오산스틸·우한스틸 합병이 발표됐을 때 포스코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자동차용 강판 분야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내 자동차용 강판 시장에서 바오스틸은 50%, 우한스틸은 15%를 차지하고 있어 두 업체의 합병이 포스코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포스코는 현재 생산량 기준 세계 15위 이내에 드는 자동차회사에 모두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며 “바오산스틸, 우한스틸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광범위하게 강판을 공급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업체들은 강판을 선택할 때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안전성을 검증하기 전까지 새로운 철강업체의 강판을 도입하는 것을 꺼리고, 검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길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철강업체 등장하더라도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 경쟁력을 훼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철강업체들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것도 포스코의 이같은 자신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로 뽑혔다. 2010년 이후 7년 연속이다.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는 세계 37개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기술혁신·원가경쟁력·재무 건전성·원료확보 등 23개 항목을 평가하고 이를 종합한 경쟁력 순위를1년에 1~2차례 발표해 오고 있다.
이는 중국이 포스코와의 기술 격차를 많이 줄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수위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다만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 철강업체가 또다시 저가 공세를 펼칠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철강과 같은 장치산업은 규모가 클수록 비용이 절감된다”며 “중국 철강업계가 원래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