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잔량 50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수주잔량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선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의 LNG운반선 수주잔량은 대우조선해양 50척, 현대중공업 18척, 삼성중공업 17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LNG운반선 인도실적 100척을 돌파해 이 부문 1위인 삼성중공업(104척)을 바짝 추격중이다. 남은 수주잔량을 보면 조만간 1위 자리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 수주잔량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것은 2014년 수주물량을 대거 끌어온 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LNG운반선을 35척 수주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6척, 삼성중공업은 5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2014년 대우조선해양 수주물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저가수주를 의심한다. 2014년 당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치열한 저가 수주 경쟁을 펼쳤다. 국내 조선업체 간 저가 수주경쟁은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먼저 시작하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행동을 LNG운반선 수주전에서도 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도 대우조선해양의 저가수주를 분식회계의 발단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뒤 2013~2014년 약 91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조5200억원 손실로 바뀌었다.
2010년 이후 조선 빅3는 건조 경험이 별로 없는 해양플랜트를 경쟁적으로 수주하면서 계약 금액도 낮추고 돌발상황을 조선사가 모두 책임지는 불리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발주처의 설계 변경으로 추가비용이 발생해 공사 원가가 계약금액을 초과하게 됐고, 이는 조선사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2013년 가장 적은 LNG운반선 수주실적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갑자기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압도한 것도 이같은 의심을 뒤받침해주고 있다. 2013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을 각각 9척, 5척, 14척 수주했다. 이중 삼성중공업은 7척, 대우조선해양은 1척을 인도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수주한 LNG운반선을 아직 한척도 인도하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십,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 분야 수주 실적이 많은 것이지 3사간 기술력 차이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 빅3의 LNG운반선 건조 역량이 비슷한데 대우조선해양만 갑자기 많은 수주 물량을 유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LNG운송선을 수주하면서도 수익성을 포기했다는 추측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013년 천연가스 부분 재액화장치(PRS) 등 LNG운반선 관련 특허를 출원한 뒤 수주가 늘었다"며 "PRS는 비슷한 기능을 하던 기존 장비보다 성능은 더 높고 기능 추가 비용은 1000만달러에서 200만달러로 낮췄다"고 반박했다. 경쟁사들보다 더 좋은 기능을 싼 가격에 제공했기 때문에 발주사들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비싼 가격에 수주한 쇄빙LNG운반선 인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도 대우조선해양에 부담이다. 올해 1월 첫 쇄빙LNG운반선 진수식을 가졌지만 아직 인도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30일이던 쇄빙LNG운반선 수주 계약 종료일을 내년 1월 31일로 연장한다고 지난 5월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프로젝트 한 건을 수주하면서 쇄빙LNG운반선 15척 건조를 한꺼번에 맡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LNG운반선 계약 금액은 척당 평균 3억1200만달러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LNG운송선 건조 계약 금액은 2억달러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쇄빙LNG운반선을 처음 짓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고 현재 이를 보완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발주사 측과도 사전에 건조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LNG 관련 시황이 나쁘지 않고 LNG운반선 발주사의 컴플레인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수주한 대량의 LNG운반선 건조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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