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대신 수입산 쇠고기로 만든 육포 세트, 불로초 밀감 세트, 수입 키위세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백화점들이 5만원 이하 추석 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인다. 김영란법은 추석 이후인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이지만, 법 시행 이후인 내년 설 명절을 앞두고 ‘예행연습’ 차원에서 미리부터 해당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내놓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영란법 시행이 예고된 상태에서 선물 수요층이 고가의 선물세트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반영됐다. 김영란법상 선물 상한선인 5만원에 맞추려다보니 수입산 식품으로 구성한 선물세트의 약진이 눈에 띈다.
2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올 추석명절을 맞아 백화점들은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품목을 20~30% 가량 확대했다. 보통 백화점의 명절 선물세트는 20만~30만원대가 핵심적인 상품군이며, 5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전체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비중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이번 추석에 5만원대 선물세트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대 이하의 실속형 상품 비중을 전년대비 20% 가량, 현대백화점은 30% 가까이 확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0여종에 달하는 5만원대 이하의 선물세트를 추가로 내놓는다.
A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직전이 추석 명절인 만큼, 선물 수요자들이 고가의 선물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어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늘렸다”며 “이와 함께 내년 설을 앞두고 미리 ‘예행연습’을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수량을 줄인 선물세트가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들 ‘5만원 선물세트’는 대부분 사과·배 세트, 곶감 세트 등이다. 예전에는 5만~10만원대였던 것을 내용물 숫자를 줄이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맞췄다. 특히 그동안 백화점 선물세트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수입산 키위’ 선물세트가 각 백화점마다 판매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종전에는 한우로 만들어 판매했던 육포 세트를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로 만든 세트를 내놓았다. 또 멸치·천연조미료 선물세트 등도 종전보다 질을 낮춘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구성을 변경해 판매할 예정이다.
B백화점 관계자는 “추석명절에는 국산을 선물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기에 크기·중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더라도 최대한 국산으로 선물을 구성하고자 했다”면서도 “다만 가격에 맞추다보니 부득이 수입산 식품으로 구색을 맞추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은 육류 선물세트는 5만원대를 맞추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육류 선물세트를 구성하려면 포장재와 배송비까지 감안하면 원가를 3만원 이하로 맞춰야 하는데, 돼지고기로도 가격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굴비나 전복, 갈치 등 수산분야 선물세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C백화점 관계자는 “한우는 당연하고, 수입산 쇠고기나 돼지고기로도 5만원으로는 선물세트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입산을 이용해 억지로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선물로서의 품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만원이하 선물세트가 올 추석에 얼마나 판매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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