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폐증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폐 초기 단계에서 기존에 나와 있는 약제를 이용해 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뇌신경연구단 고재영 교수팀은 최근 뇌 발달단계에서 뇌세포의 아연 항상성이 깨지면 뇌의 크기가 커지고 결국 자폐 증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아연이 증가해 뇌가 커지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진 항생제인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을 쥐에게 투여한 결과, 정상 크기의 뇌로 발달해 결국 자폐 증상의 발현을 막을 수 있었다.
고재영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자폐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어 난치성 질환인 자폐증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자폐범주질환은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 소통장애, 반복적 행동 등을 보이는 발달장애 질환으로 지난 30년동안 환자가 10배가량 증가해 의학자들 사이에서 원인규명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폐범주질환은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의 기능 저하나 신경회로의 발달저하가 원인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이에 반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자폐범주질환 환자들에서 발달 초기에 뇌가 커지는 현상이 발견되고 뇌의 신경회로 연결이 더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폐범주질환 뇌가 외부 자극에 과다하게 반응한다는 가설이 대두됐다. 고재영 교수팀은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뇌 발달 단계에서 뇌세포 안 아연의 항상성 이상이 자폐범주질환을 일으키는 지를 아연 조절 단백질(ZnT3)의 유전자를 없앤 생쥐에서 검증했다. ZnT3가 없는 생쥐의 경우 자폐범주질환에서 보이는 여러 행동증상을 나타냈는데, 이러한 현상은 수컷에서만 나타났으며 뇌 크기가 커져 있었다. 이와 동시에 신경세포의 성장을 일으키는 신경성장인자인 BDNF의 양이 증가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ZnT3가 없는 생쥐에서 세포 내 아연의 항상성이 깨짐으로서 아연의 농도가 증가되고 세포외 기질을 분해하는 단백효소(matrix metalloprotease·MMP)가 활성화되어 BDNF가 증가되어 뇌가 커진다는 현상을 증명했다.
더불어 고재영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MMP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인 미노사이클린을 투여하면 BDNF 증가가 억제되고 뇌가 커지지 않아 결국 자폐증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고재영 뇌신경연구단장(신경과 교수)은 “최근 자폐범주질환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과 치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를 이용해 환자들의 조기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라며 “향후 다른 유전적, 환경적 자폐범주질환 동물 모델을 이용해 연구의 효용성을 더 증명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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